삼례와 축구소녀들은 있는데 축구가 사라진 영화 ‘슈팅걸스’
삼례와 축구소녀들은 있는데 축구가 사라진 영화 ‘슈팅걸스’
  • 팀 팝콘과 콜라
  • 승인 2020.05.2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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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과 콜라의 영화뒷담 8.>

 콜라 : 이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밝히겠습니다. 저는 소년시절부터 유소년 축구선수였습니다. 심지어 삼례여중 축구부와 실제로 같이 훈련한 적도 있었죠. 전직 축구인으로서 이 영화를 앞두고 거리 둔 좌석에 앉자마자 마스크가 눈물로 축축해졌습니다.

 팝콘 : 사실 저도 이번 칼럼 시작 전에 밝히자면, 월드컵역세권에 살고 있습니다. 걸어서 5분만에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해 파워워킹을 하는 엄마와 아줌마들의 모습을 외면했죠. 전북현대모터스의 경기 때마다 애향심에 취해 도민들의 축구 사랑을 뜨겁게 느꼈습니다.

 콜라·팝콘 : …그래서 이번 영화는 참 힘들었습니다.

 팝콘 : 삼례여중 축구부를 다룬 이 영화는 도내 신문과 잡지마다 대서특필하며 우리 지역의 감동적인 설화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왜 소녀들이 축구를 하는가’는 없었습니다. 장수풍뎅이, 물에 빠트린 자전거, 축구화 얘기는 있는데 축구 어디갔나요? 축구는 누가 먹어버렸어?

 콜라 : 네, 영화 주제는 도통 찾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어요. 축구 감독의 인생사? 시골 소녀들은 울지 않는다? 축구 중에 공이 사라졌는데 선수들이 뛰는 풍경입니다.

 팝콘 : 전직 축구인께 질문드립니다, 이 영화처럼 삼례여중 학생들이 지원이 부족했나요?

 콜라 : 확연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찢어진 축구화를 신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원이라는게 모든 이들을 만족할 수 없겠지요. 그럼에도 부모님 지원을 제외한 기본적인 지원은 당시에 존재했다고 생각합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당시 삼례여중 축구부들은 영화 속 배우들처럼 발랄하다기보다는 생사의 고락을 겪으며 성장하는, 든든한 삼례 농가의 딸들이자 강력한 전우의 느낌이 짙었죠, 보고싶다 전우야!

 어흠, 영화가 그당시 배경을 충분히 고증할 필요는 없지만, 삼례 축구부 소녀 3인방의 고민거리와 부진한 축구 성적과 정웅인의 명연기가 각자 공을 가지고 따로 놀고 있어요. 이 얘기들은 각자 단편으로 따로 만들어서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막상 극장가에서 보니까 자꾸 ‘빠르게 감기’버튼을 찾고 싶더라구요.

 팝콘 : 배우들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정웅인 배우는 언제나 존재감을 잘 드러내요. 출연한 이비안, 정예진, 정지혜 전부 존재감은 잘 드러냈습니다. 최홍일, 김동균, 김경룡, 김정팔, 김미라 배우들 모두 연기 자체는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라리 주말 8시 드라마 ‘슈팅걸스’라면 더 어울릴만하다는 거죠.

 콜라 : 이게 대항자(Antagonist)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각자 다 힘든 사연이 있는데 순정만화처럼 성장해내요. 가족과 축구과 티티카카가 안되어 스토리가 골대를 지나쳐 경기장 밖까지 쭉쭉 나와요. 거기에 웃긴 장면들이 어시스트가 아니라 태클을 겁니다. 차라리 ‘선생 김봉두’처럼 스승과 제자만 강조했으면 모를까, 어디까지 가고 싶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팝콘 : 축구 하는 소녀를 소재로 다룬 영화 중에 ‘슈팅 라이크 베컴(원제 bend it like beckham)’이 있습니다. 베컴처럼 되고 싶은 인도계 영국 소녀의 축구 이야기입니다. 축구가 좋지만 정통 인도계라는 가부장주의 속에서 분투하는 모습은 누구나 예측할만한데 재미있어요. 겉으로 보면 축구이지만 사실 편견과 억압에서 싸우는 것이거든요. 이 부분에서 대조해보면 ‘슈팅걸스’는 주제의식이 약합니다.

 콜라 : 그래도 말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가 여자축구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상기합니다. 구기종목의 메이저인 축구에서도 사실 관심이 부족하죠. 실제로 삼례여중 축구부는 결국 지난 3월에 삼례중과 삼례여중이 통합하면서 사라졌습니다.

 팝콘 : 아하, 그렇다면 이 영화의 목적은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 촉구로 읽을 수 있는 건가요?

 콜라 : 그뿐만이겠습니까. 전북과 삼례의 푸근하고 아름다운 정경, 신인 배우들의 필모그래피 추가, 명품 조연들의 실감나는 연기, 정웅인 배우의 눈빛 연기, 독립영화로만 보자면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팝콘 : 영화적 내용이 사라졌으니 저희가 디지도록 다른 화제로 드리블을 하고 슈팅 없이 경기, 아니 리뷰 끝내는걸로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다음 구기종목, 아니, 다음 영화는 무엇일까요?

 콜라 : 하프라인, 아니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향한 전주국제영화제로 가시죠!

 

 팀 팝콘과 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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