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정여립로에서 익산 하림로를 응원한다
전주 정여립로에서 익산 하림로를 응원한다
  • 김창곤 前언론인
  • 승인 2020.05.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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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립(1546~1589)이 ‘세계 첫 공화주의자’인가. 1년 전 지역 학술세미나에서도 그렇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영국 크롬웰(1599~1658)보다 60년 먼저라고 했는데 크롬웰에 앞서면 ‘세계 최초’일까. 공화정은 고대 로마를 460년간 지키며 세계 국가를 길러냈다. 가혹한 시련 속 숱한 ‘순교자’를 거뒀다.

기원전 510년쯤 시작된 로마 공화정은 두 집정관을 두어 권력 집중을 막았다. 임기 1년에, 매월 번갈아 통치권을 행사했다. 한니발과의 칸나이 전투(BC 216년) 때는 전술에서 서로 맞선 집정관 둘이 하루씩 군을 지휘했다. 로마군 5만명이 한나절에 도륙당했다. 로마는 비상시에 대비, 독재관을 두었지만, 전투 직전 원로원이 해임했다.

공화국은 카이사르(BC 100~44)가 종신독재관이 되면서 사실상 ‘제국’으로 바뀌었다. 카이사르는 종신독재관 취임 한 달 뒤 암살됐다. 그가 자식처럼 대했으나 암살에 가담한 마르쿠스 부르투스는 ‘배신자’이자 ‘공화정 수호자’였다. 기원전 509년 첫 집정관 루키우스 부르투스는 두 아들까지 처형하며 공화정의 신념을 지켰다. 도망한 왕과 함께 왕정 복구를 꾀한 두 아들을 추방하자는 제안을 물리치고 그는 처형에 입회, 냉엄히 법을 집행했다. 공화정은 베네치아 피렌체 등 중세 이태리 도시국가로 이어졌다. 크롬웰 공화국은 그가 독재자로 바뀌면서 11년만에 몰락했다.

정여립의 모반과 기축옥사가 조작 아니냐는 견해가 제기돼 왔다. 호남 선비 씨를 말리며 차별을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정여립의 대동사상과 ‘천하는 공물’이라는 거침없는 생각을 재조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여립은 살았을 때도 논란을 일으켰다. 자신을 천거한 이율곡이 세상을 뜨자 그를 공격하며 서인에서 동인으로 돌아섰다. 전주시는 ‘실패한 혁명가’로 불리는 그의 이름을 도로에 붙었다. 시 남북에서 혁신도시를 가로지르는 정여립로다.

정여립로뿐 아니라 권삼득로 정언신로 견훤로 등도 유래를 묻는 이가 적지 않다. 권삼득은 양반 출신 명창으로 판소리와 전주대사습의 꽃을 피웠다. 정언신은 정여립의 9촌 아저씨뻘로 우의정에서 밀려나 유배됐다. 후백제 고도의 예술인들은 좌절한 견훤의 꿈을 오페라 ‘견훤대왕’에서 그려보기도 했다. 그는 경주를 습격, 경애왕을 자결케 하고 왕비를 능욕했다고 삼국사기는 기록했다. 역사는 승자 기록일 수 있다.

세종로 충무로 을지로는 서울 품격을 높인다. 존경받는 인물만 도로명에 쓰라는 법은 없어도 다수가 수긍하면 더 좋다. 물론 사람과 사실은 불안한 다면체여서 시간과 공간이 바뀌며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익산시가 ‘명예도로’로 ‘하림로’를 지정했다. 익산역-㈜하림지주 사이 중앙로 1.9㎞다. 하림은 익산시민과 애환을 나누며 성장하면서 한국 식품산업 새 지평을 열었다. 국내 자산 10조 이상 32개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지방에 그룹 최상위 회사를 두었다. 17개 계열사 본사, 55개 사업장을 둔 익산-전북에서만 3,900여 일자리를 만들었다. 익산에 8,000억원을 더 투자해 1,500명이 일할 종합 식품기지를 조성 중이라고 한다.

빌 게이츠가 ‘캘커타의 성인’ 테레사 수녀와 비교된다. 인류에 대한 기여를 놓고서다. 그는 재산 기부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으로 인류의 삶을 개선했다. 종업원만도 16만명이다. 기업은 땀 흘려 창조하고 혁신하며 협력하여 파이를 키우고 나눈다. 정당한 이익 추구는 기업 존립 근거이자 최선의 봉사다. 멋진 저녁 식사는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의 이익 추구 덕분이다(아담 스미스). 돈이란 인간의 모든 창조 에너지를 수량화한 것일 수 있다. 부(富)에 대한 바른 생각이 바른 행동을 낳는다.

기업 이름을 딴 전북 첫 명예도로다. 익산시민 다수는 지역과 동반하며 땀 흘려 발전해온 하림에 작은 정표라도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익산이 일자리와 돈이 모이는 열린 기업도시, 미래도시로 번창하길 바란다. 익산시와 하림에 갈채를 보낸다.

김창곤<前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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