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야를 껴안은 시선이 몽골의 드넓은 초원으로…김제김영 시인 시집 ‘수평에 들다’
평야를 껴안은 시선이 몽골의 드넓은 초원으로…김제김영 시인 시집 ‘수평에 들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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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의 드넓은 평야가 좋아 이를 품에 안고 사는 시인의 눈과 마음에 몽골의 넓은 초원과 사막이 들어왔다.

 김제김영 시인은 그렇게 드넓은 대지의 품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읊기 시작한 노래들. 별빛이 쏟아지는 몽골의 밤하늘 아래에서 시인은 고백한다. “돌을 알고 하나를 몰랐던 어제”를, “미처 모르고 함부로 밟아 몽그라진 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이다.

 김제김영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수평에 들다(도서출판 북매니저·1만원)’를 펴냈다. 사막과 몽골여행과 관련된 신작과 기작들을 한데 묶어낸 시집이다.

 “바작바작 마르는 풀 향기/ 느릿느릿 가는 시냇물/ 되가웃씩 들여 마시는 먼지/ 저녁별 귀잠 자락에 울리는/ 어린 말 투레질 소리” 「몽골」전문

 시인은 몽골의 풍경을 어느 하나 허투루 보지 않았다. 수년간 만난 몽골의 사막과 초원, 하늘과 바람, 어린 마부와 낙타를 시로 새기며 기억한 것이다. 직접 촬영한 사진도 페이지마다 수록하고 있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시원한 몽골의 풍경이 시야에 잡힌다. 마치 시인과 함께 그 곳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상쾌하다.

 “누가 모래를 무겁다 했을까/ 흘러가 쌓였다면 그건/ 가벼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소리의 체적(體積)이 사막이다” 「발신인 없는 소리들」 중에서

 분명히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의 모래 바람 한 가운데 서 있었을 텐데, 시인은 시인이구나 싶다. 이역만리 고향의 그 정겨운 모국어들이 방언처럼 터져나온 모양이다. 시인은 대지의 한 가운데에서 삶의 궤적과 방향, 시간과 때, 인간관계와 회환, 신과 깨달음, 기억과 공간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생을 반추한다.

 “빌딩이며 계급이며 성적이며/ 사람 사는 곳은 수직이 힘이라는데/ 몽골의 초원에선/ 나무조차 수직으로 자랄 수가 없다” 「수평에 들다」중에서

이처럼 시집에는 사막과 초원에 관련된 시편들이 다수다. 그런데, 몽골을 가보지 않았어도 그 내용들은 가슴 속에 알알이 박힌다. 왜일까? 박성현 시인은 “사막의 삶은 자연의 풍경처럼 단순해서, 기울고 이지러지는 삶이 명확하다. 채우고 차오르는 생도 야단법석이다”고 해설을 붙였다.

박성현 시인은 또 “시는 모든 대상들의 현재를 만나게 해준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되는 ‘시’라는 교각에서 우리의 내부와 외부 또한 또 다른 틀로 형상되는 것, ‘모든 고정된 중심의 상실’이야말로 사라지는 사태에 유일하게 적용되는 진리다”면서 “특이하게도 김제김영 시인의 문장은 ‘상실’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대상을 표현하되 늘 비켜서고, 대상을 바라보되 그 여백에 초점을 맞춘다”고 평했다.  

드디어 시인의 외침처럼 “세상의 허무”를 깨친 뒤에야 “편서풍”이 불어 오기 시작했다. 저기 어디쯤 서 있는 시인이 “몸서리가 뜨거울 때쯤이/ 떠나는 때라고 일러준다”면서 미소 짓는다. 그렇게 시인은 눈치 보지 않고 “기꺼이 수평에 든다”.

 김제김영 시인은 현재 김제예총 회장, 전북예총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시집 ‘눈감아서 환한 세상’, ‘다시 길눈 뜨다’, ‘나비 편지’, ‘수평에 들다’를 비롯해 수필집, 위인 동화, 학습서 등 다수가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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