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상 소설가가 40년 만에 이야기하는 5.18 그날 ‘꽃잎처럼’
정도상 소설가가 40년 만에 이야기하는 5.18 그날 ‘꽃잎처럼’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2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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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도청에 있으면서 목숨이 아깝다거나 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으니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나는 민주화도 투쟁도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뿐이다. 그것이 사랑에 대한 예의다.”

 장편소설 ‘꽃잎처럼(다산책방·1만4,000원)’의 주인공 스무 살 청년 명수의 목소리에 가슴이 뜨겁게 끓어오른다.

 이것은 결코 명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5.18 민주화운동 최후의 결사항전의 순간을 기다리던 오백여 명의 시민군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다.

 ‘꽃잎처럼’은 1987년 전남대에서 주최한 오월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의 길에 나선 정도상의 신작이다.

 당시 스물한 살이었던 정도상 작가가 40년 만에 재구성한 현장 소설이자 기록 소설이다. 주인공 명수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재했거나 실재하고 있는 사람들로, 역사 안에서 몸부림쳤던 사람들의 실존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소설의 챕터는 26일 저녁 7시부터 27일 새벽 5시 이후까지 한 시간 단위로 디테일하게 구성돼 사실감과 현장감을 더한다. 

1인칭 화자인 명수의 귀와 눈과 입은 당시의 뼈를 깎는 핍진한 순간들을 생생히 전한다. 명수는 배우지 못한 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야학 ‘들불’에 들어갔던 청년이다. 그곳에서 첫사랑 희순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실존적 방황을 하면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이었던 꽃다운 나이다. 그는 5월 18일 이후 구성된 투쟁위원회의 대변인 상우의 경호원을 자처하며 도청에서 결전의 순간을 기다린다. 그 당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들어던 광주 시민처럼…….

 정도상 작가는 창작집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장편소설 ‘누망’, ‘낙타’, ‘은행나무 소년’, ‘마음오를꽃’, 장편동화 ‘돌고래 파치노’ 등을 썼다. 제17회 단재상, 제25회 요산문학상, 제7회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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