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사태의 작은 시사점
감염병 사태의 작은 시사점
  • 김현수
  • 승인 2020.05.27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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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세가 꺾여 출구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지는 순간 다시 살아나고, 새로운 집단 확진 가능성에 곧 난리가 날 듯하다가도 다시 잠잠해지는 코로나 19의 확산 양상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언제나 이 감염병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아니 이 감염병 사태의 끝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아해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코로나 19의 확산 양상은 지역 내에서도 시시각각 변화할 뿐만 아니라 국가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시공간적으로 코로나 19의 확산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감염병의 확산 속도와 정도가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 작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성 미생물 고유의 생물학적 특성이나 토착 기후 및 환경조건과 같이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자연적 요인뿐만 아니라, 인구 분포와 공공보건 시스템의 고도화 정도, 그리고 환경 오염원 관리 등 사회·경제적 여건과 감염병의 관리 정도와 같은 인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감염병의 확산을 빠르게 또는 느리게 만들게 된다.

 올해 초 코로나 19가 발생한 이후 감염병의 영향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동일 또는 유사한 경우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그 확산을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중, 거의 모든 전문가가 공통으로 말하고 있는 사실은 이번 감염병 사태가 갈무리 된 이후의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것이다. 감염병이 발생하여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 확산만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실제로 그 감염병을 막아낸 이후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회 전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매우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대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거하는 것에만 지나치게 치중할 뿐, 원인이 제거된 이후의 모습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만 같다.

 물론, 원인이 제거된 이후에 자연 또는 인간 사회가 놀라운 탄성력을 보여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문제의 원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요인들이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문제의 원인이 나타나는 기간에 다른 여러 요소들이 함께 변화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단순히 한가지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완전하게 이전의 모습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되며, 이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현대사회에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환경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요인에 의해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한 바 있고, 그럴 때마다 일각에서는 오염의 원인이 되었던 개발활동을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활동을 멈춘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고, 이 때문에 호기있게 추진했던 개발활동의 원점화가 중간에 터덕거리는 경우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개발활동의 재평가와 이를 바탕으로 한 환경 복원을 추진할 때는 개발 이전 환경의 모습과 개발활동 중지 이후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신중하게 일을 진행해야 한다.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우리가 현상적으로 목격하고 경험하는 여러 현상은 수없이 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들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문제는 요인들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동안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효과가 없었으니 잘못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만해야 한다는 식의 자세는 원래 환경의 회복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자세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저 사업을 중단시키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넘어서, 실질적으로 어떤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수행한 후에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여러 환경 이슈들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앞둔 우리 지역에서 어떤 식의 환경 보전활동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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