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0 우진문화공간 젊은 춤판 - 임소라·김혜진·박준형
[리뷰] 2020 우진문화공간 젊은 춤판 - 임소라·김혜진·박준형
  • 탁지혜 CDP무용단 대표
  • 승인 2020.05.25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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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진문화재단이 주최한 ‘2020 젊은춤판’이 5월 23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진행되었다. ‘젊은춤판’은 우진문화재단에서 기획하는 ‘신인춤판’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하는 무용 기획공연이다. 전북지역의 젊은 무용인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참신하며 예술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작품창작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지역 무용예술인의 재능발전과 창작발전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예술분야가 침체되어 있는 요즘이지만, 우진문화재단은 그동안의 문화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객석간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에 철저한 수고 덕분에 관객들은 그동안의 지친 몸과 마음을 살릴 무용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었다. ‘젊은 춤판’을 빛낸 안무가 임소라(현대무용), 김혜진(한국무용), 박준형(현대무용)은 지역을 넘어 꾸준히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예술적 정신과 열정을 가지고 무대를 갈망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안무가들이다. 현대무용을 전공한 필자도 공연 내내 긴장되고 설레는 시간을 보냈다.

임소라 안무자의 'SIGN'(사진=김종선)
임소라 안무자의 'SIGN'(사진=김종선)

 ▲임소라 「SIGN」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무엇이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나!

 임소라 안무자의 “SIGN”은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작품으로 세 여자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연극 “날 보러 와요”와 영화 “살인의 추억” 두 작품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작품으로 안무자는 작품에 대한 정답에 관하여 관객에게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작품 안에서의 나레이션을 통하여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내용을 고스란히 전달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세 여자의 죽음에 관련된 SIGN에 대하여 각자의 다른 스토리와 움직임 그리고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임소라 안무자의 실험적인 시도가 나레이션에 의지한 움직임으로 때로는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도가 작품의 장점과 단점이 함께 느껴지는 점이 있었으나 젊은 춤꾼으로써 시도하는 실험정신이 나아가 더 발전된 안무자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김혜진 안무자의 '꼭두'(사진=김종선)
김혜진 안무자의 '꼭두'(사진=김종선)

 ▲김혜진 「꼭두」

 어느 망자의 슬픈 걸음으로 시작되는 작품 ‘꼭두’는 죽은 사람이 저승으로 떠나는 마지막 길을 인도하고 위로하는 꼭두의 존재를 끌어들여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꼭두의 존재가 저승을 향하는 망자에게 슬픔보다는 삶의 끝에서 바라보는 지난날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역할과 망자를 인도하는 위로자의 중심적인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어쩌면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삶과 죽음을 ‘꼭두’라는 존재와 결합시켜 저승으로 가는 길의 꼭두와의 동행으로 보호, 위로, 안내에 대한 설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움직임 또한 이승을 헤매는 망자의 감성을 표현해내기에 충분하였고 꼭두의 움직임과 저승을 향해가는 망자의 움직임의 조화로움이 작품 전체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메시지가 돋보였으며, 삶과 죽음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박준형 안무자의 '넋, 춤추다'(사진=김종선)
박준형 안무자의 '넋, 춤추다'(사진=김종선)

 ▲박준형 「넋, 춤추다」

 아무런 미동이 없는 그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첫 번째 작품이 언어에서 나오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었다면 박준형 안무자의 작품은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며 부르는 여성룡씨의 구슬프면서도 간절한 소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였다. 한국적인 소리와 현대적인 움직임이 만들어가는 현대인의 넋, 현대인의 정신에 대하여 고달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안무자의 바램이 여기저기 곳곳에서 표현되었으며, 그로 인해서 고달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자신의 간절함이 편안함으로 다가오기를 바라는 몸부림, 그리고 마침내 찾은 편안함으로 마무리가 되어 진다. 본인의 몸을 오브제 삼아 움직이는 무용수로서 박준형 안무자의 세심함이 고스란히 담겨져 나온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통해 안무자 각자의 예술성과 열정적인 에너지를 확인했다. 그간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이러한 열정은 코로나19도 멈추게 할 수 없는듯했다.

 우진문화재단은 30년 동안 전주의 중심에서 묵묵히 변함없이 지역예술가들을 양성하고 육성해왔으며, 오늘 무대에 오른 무용가들과 같은 성숙된 젊은 예술가들을 탄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침체된 전라북도 지역 공연예술이 더욱더 활성화되리라 기대해본다.

 

 글 = 탁지혜 CDP무용단 대표, 사진=김종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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