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77> 블랜드 티와 물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77> 블랜드 티와 물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24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와이닝스 초기 광고
트와이닝스 초기 광고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차를 많이 마시지 않는 이유는 물맛이 좋아서라는 설이 있다. 사실 물맛이 좋으면 차 맛도 좋다. 한 잔의 멋진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차잎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물이다. 물은 수원지(水源地), 미네랄과 화학성분, 처리 과정에 따라 성격이 다양하여 어떤 물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차의 맛에 차이가 있다.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은 수돗물과 시판되는 생수, 정수물이다. 어렵게 구한 값비싼 차에 적당하지 않은 물을 사용한다면 생각했던 차의 맛과 향기를 못 느낄 것이다.

  차를 만들기 위해 물을 가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1848년 영국의 한 잡지 “패밀리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차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에서 차를 우릴 때 경수는 차의 맛이 떨어질 수 있으니 가급적 피하라. 차를 끓이는 주전자는 청결하고 물때가 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티포트는 은제품이 가장 좋다는 등 몇 가지 규칙을 소개하였다. 이렇듯 경수는 차를 우리는 물로는 적절하지 않았던 듯하다. 일반적으로 식수는 경도가 중간인 경우가 좋고 차의 경우는 맑은 물의 연수가 맛과 눈을 즐겁게 한다.

  19세기 후반 영국은 중국, 인도, 실론, 자바 등에서 생산된 차를 품질의 등급에 따라 혼합하여 판매하였다. 일종의 맛과 향기, 찻잎의 외형을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규격화하였던 것이다. 영국이 유럽의 차시장을 석권하면서 차 생산국이던 중국의 차시장은 점점 약해지고 세계인은 영국에서 만든 홍차를 마시게 되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토머스 립턴(1850~1931)은 맛과 향기가 좋은 차 생산의 한 방법으로, 물맛과 어울리는 차를 블랜딩 하였다. 즉 런던, 스코틀랜드의 각기 다른 수질에 어울리는 차를 생산하였다. 차의 맛과 향기를 내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차를 혼합하여 포장 판매한 것이다. 각 지역에 맞는 블랜드 티(Blend Tea)를 만들어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의 맛과 향기를 배가시킨 것이다. 세계에서 연수로 유명한 곳은 잉글랜드의 북부와 뉴욕시이다. 경도가 높은 런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과 향의 런던 블랜드 티, 스코틀랜드에서만 그 향을 느낄 수 있는 블랜드 티 등 지역에 맞는 차를 판매한 것이다.

  영국의 상인들은 고품질의 차를 판매하기 위해 여러 종의 차를 혼합하여 블랜드 차를 판매하였다. 같은 산지의 차라도 찻잎의 채취 시기, 다원, 그해의 기후조건에 따라 차의 품질 달라 균일한 상품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외형과 맛과 향에 따라 차맛이 다르다 보니 다른 지역의 차들을 블랜딩하여 세계시장에 내놓기도 하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 맞는 차를 블랜딩하여 차별화 하였다.

  그동안 기존 방식의 중저가 혼합차가 있었으나 블랜딩 전문가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블랜드 차는 점차 인기를 끌어 다양한 형태의 차가 선보이게 되었다. 이렇게 수질에 따라 차를 블랜딩하여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판매하기 시작한 영국은 홍차의 제국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차 마시기에 좋은 물이란 기본적으로 미네랄이 균형을 이루고 불쾌한 맛과 냄새와 색이 없는 부드러운 맛이 좋다. 경수와 연수, 물에 포함된 마그네슘과 칼슘의 함유량 및 염소 같은 화학약품도 맛과 향기에 영향을 준다. 기타 다른 첨가물이 함유되었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물의 성분, 맛과 향은 우렸을 때 차로 전달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차 맛과 어울리는 좋은 물을 선택해야 한다. 미네랄 함량은 그 물의 맛과 향의 특징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하며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미네랄이 함유된 물이 찻물에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또한 차의 맛과 물맛은 개인의 기호와 관련이 있다. 시간을 조금 투자해서 차와 어울리는 물로 차를 우리는 적합한 시간을 선별한다면 나만의 풍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