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 이후 첫 사망사고’ 사고현장 가보니
‘민식이법 시행 이후 첫 사망사고’ 사고현장 가보니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5.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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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오전 전주시 반월동 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찾았다. 이곳은 하루 전날인 지난 21일 낮 12시 15분께 두 살배기 남아가 불법 유턴을 한 SUV 차량에 치여 숨진 장소다. 도로 위에는 당시 사고의 참극을 말해주듯 혈흔과 사고 장면은 연상케 하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였다.
 

 ■ 큰 충격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사고 현장

 취재진이 몰린 사고 현장에서는 사고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발생 지점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A(48)씨는 “당시 비명 소리가 워낙 크게 나 동네에서 큰 싸움이 벌어진 줄 알았다”며 “밖으로 나와보니 도로 위에 아이 엄마가 주저앉은 채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부짖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 B씨는 아이가 숨졌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B씨는 “버스를 기다리는게 지루한 듯 한 아이가 인도와 도로 사이를 오갔다”며“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에 손짓으로 주의를 주고 이내 자리를 떠났는데 몇 초도 안돼서 쿵소리가 나더니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B씨는 “아이에게 다가가 좀 더 주의를 줄 걸 후회하고 있다”면서“마음이 무거울 뿐이다”고 토로했다.
 

반월동 아이 교통사고현장
반월동 아이 교통사고현장

 ■도로 구조적 문제와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

 이번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와 관련해 인근 주민들은 현장 도로 구조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왕복 4차선이다. 더불어 SUV 차량 운전자가 불법 유턴을 한 곳은 간이 중앙분리대가 끝나는 지점이다. 불법 유턴을 하지 않고 해당 도로에서 직진해 본 결과 정상적인 유턴을 하기 위해선 최소 1km 가량 지나서야 나오는 회전교차로에서나 가능했다.

 다시말해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많은 운전자들이‘귀찮다’는 이유로 사고지점에서 불법 유턴을 해왔다는 것이 주민들의 증언이다.

 인근 주민들은 “솔직히 이번 사고가 나기 전에도 사고 지점에서 불법 유턴은 비일비재했다”면서 “차를 중간에 돌릴 수 있는 곳이 솔직히 이곳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가 난 이후에도 현장을 지켜본 결과 일부 운전자들은 사고지점 부근에서 여전히 불법 유턴을 서슴지 않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뒤늦은 안전대책 눈총 

  전날 사고의 영향인지 도로에서는 불법유턴을 못 하도록 간이 중앙분리대를 사고지점까지 연장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시민은 “해당 중앙분리대는 이미 2년 전에 설치했는데 이번 사고 때문인지 오늘 아침부터 다시 공사가 들어갔다”며 “이제 와서 하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주민은 “아이가 사망하는 참극이 있고서야 안전 대책을 세우는 뒷북 대처가 씁쓸하기만 하다”며 “이제라도 전체 어린이보호구역을 대상으로 안전 시설물을 조속히 설치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 스쿨존서 2살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 구속영장 ‘기각’

 
전주지방법원 영장 전담부(최형철 부장판사)는 22일 민식이법으로 알려진 특정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청구된 A(53)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아동이 사망하는 중한 결과를 낳았다”면서도 “피의자가 과실을 인정하나 피해자 측 과실 여부 등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 주거가 일정하고 가족관계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구속사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전날인 21일 낮 12시15분께 전주시 반월동 한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서 B(2)군을 자신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민식이법은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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