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7) 김종경 시인의 ‘짧은 안부’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7) 김종경 시인의 ‘짧은 안부’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0.05.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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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안부 

 - 김종경

 

 가난한 동네에

 십자가가 많은 이유는

 구원받을 죄인이 많기 때문인가

 
 사글셋방도 부러워

 낡은 문패에 눈길 머무는 사람들

 옥탑 꼭대기 교회당 종소리는

 구원의 안부가 된 지 오래다

 
 고층 아파트 그늘 속에서도

 수직의 벽을 견고하게

 걸어서 올라가는

 그것만이 생존의 길이라 믿어온

 담쟁이넝쿨처럼

 
 철야 작업이 끝나고

 지하실 작업장을 빠져나온

 이주노동자 한 무리

 문득, 누군가 건넨

 소주 한 병과 과자 한 봉지에

 퇴근길 안부가 환하다

 
 <해설>  

 가난한 마을에는 가난한 교회들이 몰려 있습니다. 밤이면 유독 많이 보이는 네온의 십자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원의 징표가 되지 못한 지 이미 오래.

 신이 구원해야 할 죄인들은 가난한 동네에 더 많이 살까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입증이라도 하듯. 그런데, 하나님이나 목사님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중 누구를 더 구원할까요. 

 날마다 신도시에 수만 채의 아파트가 마천루처럼 들어서지만 외진동네 뒷골목은 여전히 어둡고 습기진 채로 눅눅합니다. 시쳇말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처럼, 자본주의의 끝은 신도 인간도 아닌 자본이라니 왠지 씁쓸하네요. 

 시인은 옥탑방 꼭대기에서 들리는 교회당 종소리가 구원의 소리가 아닌지 오래지만 담쟁이넝쿨처럼 생존의 벽을 오르내린 이주노동자들에게, 소주 한 병과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짧은 안부를 전합니다. 옥탑 방 계단에서 부디 꿈은 잃지 말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네요.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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