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눈에 보이지 않는 조용한 살인, 질식
<기고문> 눈에 보이지 않는 조용한 살인, 질식
  • 홍은정
  • 승인 2020.05.24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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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포천의 한 양돈농가에서 2명이 집수조에서 질식으로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우내 집수조 내부의 기온이 점차 오르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내부온도가 조금만 올라도 금속물이 산화하거나 미생물이 쉽게 번식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5년부터 최근 5년간 74건의 질식사고가 발생하여 9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 보수작업 중에 가장 많이 발생하였는데 해당 장소가 질식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설령 알고 있어도 출입하기 전 산소유해가스 농도측정, 환기팬을 이용한 급기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질식사고는 정화조나 폐수처리조 등에 들어간 작업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다음 책임자가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함께 사망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다른 사고와 달리 근로자가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산소 부족으로 순식간에 의식을 잃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도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양돈농가와 오폐수처리시설, 상하수도, 맨홀 등 밀폐공간을 보유한 사업장이 많아 언제 어디서 질식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질식재해를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일상에서 질식재해를 예방하는 방법은 ‘3-3-3 예방수칙’의 실천이다.

예방수칙 첫 번째 ‘3’은 원청, 협력업체, 근로자 3자 간 위험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원청업체는 작업장소에 대한 정보를 협력업체에 제공하고, 협력업체는 관련 정보를 작업자에게 반드시 교육해야 한다.

또한 작업자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위험정보를 숙지하고 안전보건수칙에 따라 작업해야 한다.

두 번째 ‘3’은 3대 사전예방 절차를 지키는 것이다.

먼저 작업장소가 질식위험이 있는 밀폐공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

밀폐공간에 해당한다면 작업 전 출입금지 표지를 부착해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여 모든 안전조치가 확인된 경우에만 작업을 허가해 주어야 한다.

세 번째 ‘3’은 3대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다. 작업 전 뿐만 아니라 작업 중에도 수시로 산소와 유해가스 농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필요할 경우 지속적으로 환기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자는 송기마스크 등의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 2차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은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 산소농도 측정기, 공기호흡기 등 예방장비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최대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보호장비 구매비용 일부를 지원을 통해 질식사고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따뜻한 날씨는 많은 이들에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정도로 좋지만 산업현장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조용히 다가오는 살인의 위험, 질식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홍은정 / 안전보건공단 전북지역본부 지역1부 산업보건담당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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