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미용시술·명품으로 향한 빛바랜 긴급재난지원금
피부과 미용시술·명품으로 향한 빛바랜 긴급재난지원금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5.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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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도입된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지원금을 지급받은 일부 시민들의 소비 행각이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던 영세업종으로 향하지 않고 미용 시술과 고가의 명품 구매 등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로나 여파로 억눌려왔던 시민들의 소비가 재난지원금과 맞물려 분출되면서 도입 취지와 다르게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도내 피부과·성형외과 업계 등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고객들의 문의가 급증했다.

 전주시 중화산동 한 피부과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미용 시술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급증했다”면서 “필러·보톡스 등 미용 시술이 재난지원금 카드로 가능해 이번 달 예약은 모두 마감된 상태다”고 귀띔했다.

 앞서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급했던 재난지원금은 연 매출 10억원 이상인 병원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병원 매출과 관계없이 급여·비급여 항목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탓에 피부과 등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은 재난지원금을 잡기위해 ‘재난지원금 가능 병원’ ‘재난기금을 이용한 미용 시술’ 등의 타이틀을 붙여 온라인 홍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고객 유치전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지원금 특수’는 의료 업계에 그치지 않고 명품 편집샵 등 고가의 상품을 파는 업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에서 고가의 명품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A편집샵의 경우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난 13일부터 문의전화는 물론 매출도 늘었다.

 평소 백화점이나 해외 직구 등에 쏠렸던 명품 수요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개인사업매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A편집샵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구매가 가능한지 문의가 하루에도 10통 이상씩 온다”면서 “정확한 수치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매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십만원대의 가정용 게임기를 판매하는 전주시내 한 게임 대리점도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매출이 급증한 상태다.

 이같은 소비 행각을 두고 일각에서는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 등을 위해 지원된 재난지원금의 사용이 기존 취지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전주상공회의소 임영길 기획총무부장은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취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화된 코로나 여파로 수많은 업종의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처해 지원금 사용처가 넓어진 만큼 단기소비가 큰 업종보다 취약계층이 종사하는 이들에게 향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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