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은 ‘눈먼 돈’이 되지 않아야
기부금은 ‘눈먼 돈’이 되지 않아야
  • 유길종
  • 승인 2020.05.2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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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 이후 각종 의혹이 줄을 잇고 있고, 윤 당선인의 해명은 또 다른 의혹을 부르고 있다.

 윤 당선인은 1990년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를 발족시킨 후 30년 동안 위안부 운동에 투신한 사람이다.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가 발족할 무렵 일본군 위안부(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묻혀 있었고, 윤 당선자 등의 노력이 없었다면 자칫 잊혀질 수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국제사회에 이슈화시킨 것은 전적으로 이들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는 2016년 설립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과 통합해 2018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로 발족하였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작한 수요 집회를 계속하면서 위안부 운동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런 업적과 공로가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 논란으로 폄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윤 당선인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이 제대로 해명되지 아니한 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이미 시작된 검찰의 수사를 통해서라도 후원금의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밝혀져야 하고, 차제에 기부금의 모금이나 집행에 관한 법령이나 감독체계도 정비되어야 한다.

 선량한 기부자들을 속여 기부금을 착복하여 치부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유튜브나 SNS가 활성화된 요즈음에는 기부금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 기부금이 악용되고 여기에 더하여 기부금은 ‘눈먼 돈’이라는 냉소적 시각이 팽배한다면 기부문화의 활성화는 요원할 것이다.

 현재 기부금을 규율하는 법령으로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주무관청에 등록하여야 하고(법 제4조), 모집자는 회계감사기관(공인회계사 등)에게 회계감사를 의뢰하여 그 감사보고서를 등록청에 제출하여야 한다(법 제14조, 시행령 제20조).

 이와는 별도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기부금을 받은 단체 등은 사업연도별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또는 세무사 등 외부전문가로부터 출연받은 재산의 공익목적 사용 여부, 장부의 작성・비치 의무의 준수 여부, 수혜자 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에 관한 세무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법 제50조 제1항 등).

 이처럼 기부금에 관한 법적 규율이 이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탓인지, 실제로는 위 규정들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은 채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기부금을 모집한 단체 등은 주무관청에 대한 등록, 회계감사기관에 의한 회계감사와 주무관청에 대한 보고, 세무관청에 대한 세무확인서 제출 등 관계법령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한다. 기부금의 모집이나 집행이 사실상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다. 정의기억연대도 최근에 이르러 기부금품법에 따른 등록을 했고,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는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무관청에 등록되었다고 하더라도 관련법령이 정한 회계감사나 세무확인은 모두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터진 후 행정안전부가 정의기억연대에 대하여 기부금 모집과 지출내역 등이 담긴 출납부 제출을 정의기억연대에 요구하고, 국세청이 정의기억연대에게 공시오류를 수정하여 재공시하라고 명령한 것은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다.

 만일 관련법령이 정비되고 제대로 회계감사나 세무확인이 이루어졌다면, 현재 윤 당선자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의혹이나 기부금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는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원화되어 있는 기부금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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