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등 5권
[신간]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등 5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2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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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현재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새롭게 이해하는 지침서가 출간됐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북돋움·1만8,000원)’는 절박한 위기에 맞닥뜨린 인류의 처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자본주의는 세계를 싸구려로 만듦으로써 작동해왔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18세기 산업혁명의 영국이 아니라 15세기 대서양의 섬에서 시작되었다는 관점에서 유럽과 신대륙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것. 저자들은 기후 위기, 극단적 불평등, 금융 불안 같은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가 감춰온 비용으로, 비로소 우리에게 청구서로 날아들었음을 서늘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이들 위기는 별개의 해법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라는 총체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재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돈은 돈대로 쓰고, 열은 열대로 받고, 피로는 피로대로 쌓이는 이런 비극은 클라이언트인 당신의 디자인 감각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디자이너가 마냥 실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문제는 언어이고, 커뮤니케이션이다.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부키·1만4,800원)’는 기괴한 요청에 담긴 고충과 맥락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현장에서 갈고닦은 통찰과 기지로 그 해결책을 차곡차곡 제시한다. 저자는 디자인은 무의식과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머리속에서 수많은 욕망들이 충돌하고, 어디선가 보았던 수많은 정보가 본질을 흐리면서 양쪽을 고통에 빠뜨린다는 것. 디테일한 에피소드를 포착하고 있는 이 책은 디자인 업무에 관한 이야기지만 조직 생활에서 부딪히는 보편적인 의사소통에 대한 꿀팁을 제시한다.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집안일과 육아를 꾸역꾸역 감당하는 엄마. 주부라 불리는 이들은 온종일 가사일을 하면서도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방금 설거지를 했는데 집에서 논다는 말을 듣고, 방금 요리를 마쳤는데 논다는 말을 듣는다. 매 순간 자신의 행위를 부정 당하는 것이다.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천년의상상·1만4,800원)’은 오랫동안 남성들의 언어 속에 감춰졌던 가사 노동의 사회, 역사, 경제적 비밀을 파헤치는 책이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주부들의 애환과 고충, 공감의 감성에서 한 발 더 들어가는 탐험을 시작하는데, 근본적인 질문을 가슴에 품고 그 연원을 파고 들어간다. 가사 노동은 왜 이렇게 폄하 당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독서로 찾아간다.
 

 ▲호프가 여기에 있었다

 ‘호프가 여기에 있었다(도도리숲·1만3,800원)’는 십대 청소년 호프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성장 소설이다. 요리사인 이모와 함께 살면서 뉴욕의 식당에서 일하고, 식당 주인의 시장 선거운동에 참여하면서 마을의 정치에 깊숙히 개입하게 되는 호프. 그렇게 소녀는 아버지와 가족의 의미, 사랑, 신뢰, 부패와 정치에 대해 하나씩 몸소 체험하며 성장해 간다. 소설을 쓴 조앤 바우어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 때문에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오히려 그 경험 덕분에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빠른 호흡과 유머와 익살, 인물들의 특징과 고뇌를 잘 담아낸 소설은 작품에서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즉석요리만큼이나 맛있게 재미가 있다.

 ▲대륙의 십자가

 ‘대륙의 십자가(메디치·3만5,000원)’는 그리스도교의 서양문명과 중국의 동양문명이 충돌하고 융합되는 1,400년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중국학 권위자 송철규 교수와 베이징 특파원으로 오랫동안 중국을 연구한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7년 동안 중국 13개 도시와 런던의 중국선교 본부를 탐방하고 집필한 역사서인 것. 저자들은 로마와 중국 그리고 한반도를 잇는 또 하나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금단의 모험을 떠났다. 역사와 시사를 함께 다루며 시공간을 넘나든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현장 탐방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들 그리고 등록교회와 미등록교회 관계자들의 인터뷰도 수록하고 있다. 이 자료들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로 눈길을 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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