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이해라는 두 개의 창문
대화와 이해라는 두 개의 창문
  • 김동근
  • 승인 2020.05.18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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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아름다우면 그 사람 모습 전체가 빛나고 인상에 오래 남는다. 건물에서 창문은 사람 얼굴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창문은 환기, 채광, 혹은 장식을 목적으로 비나 빛, 소리가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벽에 만든 구조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창문의 모양 하나가 집 안팎의 모습과 분위기를 바꾸어주는 역할을 한다. 창은 빛의 양과 공기 순환을 조절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전혀 다른 공간으로 바꾸어 주기도 한다. 또 심리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프랑스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강렬하고 원시적인 색감과, 자유롭지만, 확신에 찬 선 색채의 마술사, 야수파의 창시자, 피카소의 라이벌이라는 수많은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1·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으면서도 그의 작품은 행복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 중에는 창문이 있는 그림이 많다. 그의 그림 속 창문 너머에는 계절과 날씨의 변화가 있고, 밤과 낮의 다른 세상이 있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창문은 벽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대화하는 곳이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창문으로 세상을 본다. 같은 창문이지만 시간이 바뀌고 날씨가 바뀔 때마다 창문은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아침 햇살이 좋은 날이면 창문을 열고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게 하고, 여명이 동터오는 시간이면 창문은 우리로 하여금 게으름을 피우게 하기도 한다. 늦은 밤의 창문은 오늘 하루를 마감할 수 있도록 미처 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창문 안에서는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창문 밖의 사람들은 비밀을 간직한 창문 안 세상을 궁금해하며 창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본다. 창문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밖에서 보이는 창문안의 사람은 그저 갇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창문의 한계를 깨고 나와야 한다.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대화와 이해이다. 영어 의미론을 배우다 보면 화용론의 의미를 알 수 있다. 화용론은 의사소통할 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서 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똑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다룬다.

 영국의 언어학자인 폴 그라이스(H.P. Grice)의 화용론 이론 중에 ‘대화의 격률’이라는 것이 있다. 그라이스는 자연스러운 대화기 되기 위해서 4가지 전제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대화의 격률이다. (1) 진실을 말한다(질의 격률). (2) 대화의 목적에 맞는 필요한 것만 말하라(양의 격률). (3) 대화는 주제와 관련성이 있는 이야기만 한다(관련성의 격률). (4) 대화는 주제가 되는 내용을 분명하고, 간결하고, 조리있게 말한다(방법의 격률).

 대화를 나누면서 그라이스의 4가지 대화의 격률을 지키게 되면 순조로운 의사소통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대화의 격률을 어김으로써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기여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는 질의 격률 때문에 상대방의 모든 말의 진실성을 따져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때론 거짓말도 믿어 버리는 수가 있다. 그러다 거짓인 것이 밝혀지면 상대방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그래서 그라이스도 대화의 격률도 중요하지만 대화의 격률을 지키는 것보다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로 협조하려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이 ‘협력의 원리’ 또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이다.

 존 그레이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제목처럼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크다. 남성은 두정엽과 우반구가 발달했고, 여성은 전두엽이 크다. 그래서 남성은 정보처리능력과 지시적·과제중심적 사고에 능하고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 대화한다. 이에 반해 여성은 의사결정능력이 뛰어나며 단기기억력과 집중력이 더 높고 공감과 협의, 포용을 더 중시하는 대화를 한다.

 남녀간의 소통방식의 차이 때문에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 직장, 사회 등에서 자주 부딪힌다. 갈등이 있는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들은 대화를 많이 하고 있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자기중심적 대화를 하고 있거나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는 설득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이럴 때 사람마다 각자의 소통방식이 있고 그러한 차이를 서로 인지하고 그 부분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하고 서로 이해한다면 소통방식에 따른 갈등은 감소할 수 있다.

 우리는 대화라는 창문을 통해 자신을 보여주고 이해라는 창문을 통해 상대방과 협력을 한다. 대화와 이해라는 두 개의 창문은 여러 가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습과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대화와 이해의 창문이 많아지고 커졌으면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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