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위반! 처벌만이 능사 되어선 안된다
노동법 위반! 처벌만이 능사 되어선 안된다
  • 윤진식
  • 승인 2020.05.1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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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 근로기준법이 처음 도입이 될 당시에 전후 경제복구를 위하고 산업화를 앞당기기 위하여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지만 자본의 수탈과 노동자의 핍박 등 노동인권유린 상황이 너무나 심각했기에 노동법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노동보호법으로서의 기능에 방점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동법은 노동보호라는 목적달성을 위하여 강력한 처벌을 담보하는 형사법적인 기능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노동법은 산업현장의 조정자로서의 역할과 노동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규율과 기준으로서의 역할을 병존시키는 방향으로 그 역할이 점진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노동법의 변경?제정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려감이 드는 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몇 가지 조항들을 살펴보자. 먼저 근로계약서 문제이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한다. 사실 근로계약은 계약체결 시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 ‘낙성?불요식 계약’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실상 구두계약도 효력이 인정되고 있었는데, 이후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유급휴가 등과 관련하여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명시하고 교부까지 하도록 강화하였다. 즉 서면으로 작성만 하면 안 되고, 교부까지 하여야만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중 하나만 위반하여도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근로기준법에는 ‘근로계약 체결 시에 이러한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고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어디에도 ’언제까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하는지’ 기한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일선에서는 단 하루만 지나도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이유로 처벌을 요구할 경우 무조건 피하기도 어렵다. 바로 이러한 법 조문상의 불완전성으로 인하여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사업규모별로 과태료나 벌금을 구분하여 적용하는 문제 등도 심도 있게 논의가 되었어야 할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5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에게는 근로조건 서면명시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인 미만 근로자가 종사하는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도 동일사유인데도 과태료가 아닌 벌금형으로 처벌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근로시간을 살펴보자. 올해 1월 1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에 주당 52시간제가 적용이 되고 있다. 우선 당사자가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경우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아울러 당사자 간 합의하였어도 주당 최대 52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도 같은 형량으로서 처벌을 받게 된다. 어떠한 예외도 없이 이렇게 칼로 무 자르듯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보면 산업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함이 없이 일률적인 처벌규정이라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사적자치의 당사자로서 회사의 산업상황과 근로자의 개인적 필요성이 고려된다면 이러한 근로시간 위반행위에 대해서 반드시 사법처리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들이대어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와 관련한 처벌규정은 없어지고 이제 부당해고라고 판정을 받게 되면 이행강제금으로 압박하여 원상회복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사실 이렇게 부당해고시 강력한 처벌조항이 사라지고 이행강제금 형태로 바뀌었지만 현실적으로 현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제도적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해고조항의 처벌법규 삭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사실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할 당시에 노동관계자의 많은 반대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부당해고와 관련하여 처벌조항이 없어져도 충분히 이행강제금의 행정벌만으로도 그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형사처벌만이 전가의 보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노동법은 개별근로관계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기준을 확립하고 집단노사관계에서의 공정한 조정기능을 수행하는 목적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공법상의 형사법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형사처벌 이외에도 과태료나 이행강제금 등의 제재수단이 있고, 이로써도 제재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이에 맞는 유연한 적응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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