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6) 옥빈시인의 ‘밥집’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6) 옥빈시인의 ‘밥집’
  • 강민숙
  • 승인 2020.05.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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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집 

    - 옥빈

 

 공장 빼곡한 공단 밥집

 점심은 요일마다

 주 메뉴가 다른 백반이 전부다

 한 끼 오천 원에

 밥과 반찬은 무한리필이다

 삼복 날이면

 닭백숙 반 마리씩 더 주고

 그동안 먹어준 고마움에

 백반 값 오천 원을 받는다

 누룽지 숭늉으로

 친절을 대신하는

 주방아줌마에게

 언제부터였던가

 사람들 작업복 털고 밥집에 들어서며

 엄마, 나왔어, 밥 줘, 하는

 엉뚱한 아들들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넉살스러운 아들들 많아

 행복한 밥집,

 요즘 들어서는 모두들

 엄마가 만들어준 집밥을 먹는다

 

 <해설> 

 오늘은 문득, 식당 유리문에 ‘외상사절’이라고 써진 밥집에서 밥을 먹고 싶네요. 지금도 공단이나 공사장 근처에 소박한 식당이 남아 있다니 다행이네요. 엄지손가락만한 돼지고기 몇 점 들어있는 국밥을 푹푹 먹으며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단골집. 양은 쟁반에서 반찬을 툭툭 내려놓는 물기 어린 손이 눈에 선하네요. 

 공사장 근처에 있는 식당은 아예 이름을 적어 놓고 세끼를 먹다보니 주인아주머니를 자연스럽게 “엄마“라고도 부르고 ”누나”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주인아주머니도 덩달아 정으로 계란 프라이에 눈웃음을 얹어주면 큰 힘이 되겠지요.

 복날에 삼계탕도 오천 원을 받는 인심. 비가 내려 공(空)치는 날이면 막걸리 잔에 식구들의 얼굴이 하나 둘 멀겋게 떠오를까봐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시인의 모습도 겹쳐 보이네요. 일용직이나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시인에게 갑자기 전화라도 걸고 싶네요. 두부 한 모 시켜 놓고 젓가락 장단에 노래 부를 음식집을 아느냐고? 있다면 한 오십년쯤 시를 써온 시인들과 어울려 저기 저만큼 가고 있는 봄을 붙잡고 싶다고.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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