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고 있는 5.18 도내 첫 희생자 고(故) 이세종 열사 추모 표지석
방치되고 있는 5.18 도내 첫 희생자 고(故) 이세종 열사 추모 표지석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0.05.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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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이세종열사 산화 현판 / 김현표 기자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이세종열사 산화 현판 / 김현표 기자

 “무관심에 의해 역사적인 장소의 의미가 퇴색된다면 분명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고(故) 이세종 열사의 추모 표지석이 사람들의 머리 속에 기억될 수 있는 있도록 잘 보존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40년 전 5·18 민주화운동 전북지역 첫 희생자인 이세종(당시 21세) 열사가 계엄군에게 쫓기다 추락한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설치한 추모 표지석이 오랜 기간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표지석은 지난 1980년 5월 17일 이 열사가 계엄군에게 쫓기다 전북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곳을 기억하기 위해 현재의 제1학생회관 옆에 지난 2003년 설치됐다.

 하지만 지난 17년 동안 제대로 관리가 안된 사이 지금은 편의점 데크가 표지석 경계선을 물고 있는 데다 표지석을 안내하는 문구 등도 없어 오가는 이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상태다.

 실제 지난 15일 오전 비가 오는 날씨 속에 이세종 열사 추모 표지석은 마치 존재감이 잊혀진듯 길을 지나는 학생들과 주민들에 의해 밟혀지고 또 밟혀졌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무관심 속에 어느덧 5·18 민주화운동의 도내 첫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를 기리는 상징적인 추모 표지석이 그저 흔한 돌바닥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또한 바로 인근에 설치된 추모비와는 달리 표지석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박모(22·여) 씨는 “5·18 민주화운동의 첫 희생자이자 학교 선배인 이세종 열사의 숭고한 희생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세종 열사가 추락한 곳을 기리는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모두의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남규 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5·18 민주화운동 비극의 최초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를 기리는 표지석을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풍경이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며 “추모 표지석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그 것을 공유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몫인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그 장소를 알리고 보존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김완술 5·18 전북행사위원회장도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온전히 지켜내고 후대에 올바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장소를 잘 기억해야 한다”면서 “만약 서로의 무관심 속에 추모 표지석이 기억에서 사라진다면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지킨 고 이세종 열사의 숭고한 희생도 잊혀지고 말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북대 관계자는 “올해 이세종 열사 40주기를 맞아 대학에서도 표지석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안내판을 이달 중으로 설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5·18 민주화운동의 첫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 추모식은 지난 17일 오후 4시 전북대 이세종 광장에서 거행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해 전북대 재학생 등 80여 명이 참석, 민주화를 열망했던 이 열사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은 민주주의 가치를 죽음으로 수호했던 이 열사의 약력 등이 담겨있는 동영상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 열사의 숭고했던 희생에 머리를 숙였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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