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위기와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
감염병위기와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
  •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0.05.1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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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말 아시아 외환위기는 한국인들이 금융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국제기준금리인 LIBOR란 용어도,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투입이란 말도 보통사람들에게 익숙한 말이 되었다. 외환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에서 돈을 빌리게 되면서 외환위기는 IMF위기라고 불리게 되었다. 외환위기는 한국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그 중 하나가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금융산업의 태동이다. 그전에는 정부 특히 재무부가 금융을 지배하고 관리하였다. 금융기관들이 금융회사로 불리게 된 것도 외환위기 이후였다.

 이번 감염병위기는 사람들이 바이오헬스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분야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RNA, 항체, 이런 말들도 곧 일반 사람들에게 익숙한 말이 될 것이다. 또한 경제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한국의 바이오헬스 산업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이 현재까지 위기대응을 잘하여 국가브랜드 가치가 높아져서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성공적 감염병 대응은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샀다. 진단(Test)하여 감염자를 찾아내고, 감염자의 동선을 추적(Track)하고, 입원시켜 치료(Treat)하는 3T 전략이 힘을 발휘하였다. 민간과 공공부문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한국의 의료시스템도 위기대응에 한몫하였다. 민간부문에서는 병원과 의원의 의료진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고, 공공부문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을 지렛대 삼아 의료혜택을 넓히고 환자부담을 줄이도록 가격관리를 해왔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앞으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구의 고령화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감염도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바이오헬스 산업에서는 과학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과 연구자들의 연결이 중요하다. 또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개발지원, 제품 인허가, 건강보험, 가격결정 등 전방위로 정부가 연관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0년경부터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하여, 기업과 연구자 그리고 정부를 연결하는 포럼을 운영해왔다. 2015년부터는 정부지원을 받아 카이스트에 바이오헬스케어 혁신·정책 센터를 만들어 신약, 의료기기, 과학기술기반 의료서비스 산업 등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해왔고,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들을 제안해왔다. 최근에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일반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문가대담을 엮은 교양서를 편집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얘기해온 핵심전략들을 얘기하자면, 신약 산업에는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력, 의료기기 산업에는 글로벌 유통망에의 접근, 과학기술기반 의료서비스 산업에는 입법 등을 통한 제도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6년전에 했던 이야기를 지금도 하고 있으니, 이 산업이 원래 시간이 많이 걸리는 느린 산업이기도 하거니와, 한국의 바이오헬스 산업이 아직도 도약기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은 IT 강국이지만 바이오헬스 산업에서는 갈 길이 멀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카이스트도 한국이 IT 강국이 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력을 많이 길러냈지만,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져 있다.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는 대학의 지적재산과 기술사업화 수입의 90퍼센트가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나온다.

 이번 코로나 위기 대응에서 보여준 한국의 저력이 바이오헬스 산업의 도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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