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상공인, 코로나19 딛고 ‘기지개’
지역 소상공인, 코로나19 딛고 ‘기지개’
  • 고영승 기자
  • 승인 2020.05.1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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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카드를 받자마자 마트로 가서 식재료부터 구입했어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실직한 비정규직 노동자 이모(44)씨의 말이다. 재계약을 앞둔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그의 직장인 병원 예약 취소가 밀려왔고 결국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그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 몇달이나마 버틸 여력이 있다. 100만원 조금 넘는 실업급여를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따져보던 중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받았다. 이씨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저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전주시가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 지 한 달여, 지역 상권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점을 고민하던 점주가 다시 활기를 되찾아 가고, 손님이 뜸했던 시장 골목마다 인적기가 들려왔다. 지역 상인들은 오랜만에 느끼는 활기에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면서 재난기본소득을 반기는 모습이다.

14일 전주 신시가지 일대. 지역 상인들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희망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전주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되는 건강보험료(지역 4만7260원, 직장 7만4670원 이하)를 부담한 개인에게 재난기본소득 52만7000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뒤 전국 최초로 지급된 재난기본소득이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식당을 찾는 손님 중 절반이 재난기본소득으로 결제했다”며 “정부의 재난지원금까지 더해져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재난기본소득은 평소 비싸서 못 사는 물품 구매욕을 자극했다. 약국을 운영 중인 조모(43)씨는 “평소 고객들이 높은 가격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던 고가의 영양제를 사는 손님들도 늘었다. 반토막이던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북돋기 위해서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정부 재난지원금에 대해 대다수 소상공인들이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미 전주시가 지급했던 재난기본소득의 ‘학습 효과’ 때문이다.

전주모래내시장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상인 정모(69·여)씨는 “지난달부터 전주함께하트카드로 상품을 사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여기에 정부 재난지원금까지 더해지면 코로나19로 감소한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전주남부시장도 마찬가지. 시장 곳곳에서 “예전 같지는 못해도 이 정도면 버틸 만은 하다”는 말이 나왔다.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재난지원금으로는 온라인 쇼핑은 못 하니까 식당에서 고기나 구워 먹고 밥을 사 먹지 않을까”라고 희망했다. 이처럼 판매하는 제품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매출에 도움이 될 거라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기대는 대체로 일관적이었다.

하현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점포별 편차 등 모든 상인들이 나아졌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사 직전이던 전통시장이 예전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며 “값 싸고 인심 좋은 지역 전통시장을 많이 이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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