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네 방위를 수호하는 사신산(四神山) 이야기
전주의 네 방위를 수호하는 사신산(四神山) 이야기
  • 김우영 전주교육대학교 총장
  • 승인 2020.05.13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는 예로부터 온전한 고을이라는 이미지에서 중첩되듯이 여러 가지 재난과 재해로부터 안전한 지역이라는 믿음이 이어져 왔다. 고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는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게 되는 데 지리, 생기, 인심, 산수 등이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좋은 교류 환경과 산업 생산 기반, 시민의 덕성, 산수의 아름다움 등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전주는 과거 이러한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는 지역으로 전해져 왔다.

 한편으로 고대의 신앙에 의하면 한 지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는 고을 중앙을 중심으로 네 방위를 지키는 신령들의 수호가 갖추어져야 한다. 우주의 동서남북 네 방위를 수호하는 신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도 동서남북을 대표하는 별자리들의 모양을 형상화한 데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신령한 동물로 표현하게 되는 데, 동의 창룡, 서의 백호, 남의 주작, 북의 현무가 그것이다. 이를 사신(四神)이라 한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보는 생동감이 넘치는 사신도는 사신 신앙이 당시 널리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도교의 유입으로 사신 신앙은 한편으로 사령(四靈) 신앙으로 변화된다. 도교에서는 중앙의 신선을 호위하는 네 방위의 신령한 동물로 북의 거북, 서의 기린, 동의 청룡, 남의 봉황을 든다. 사령 역시 상상적인 신령한 동물로 표현된다. 기린은 현실적 기린이 아니라 용과 말이 혼합된 모습이다.

 사신과 마찬가지로 사령 역시 상상적 동물이지만, 사신에 비한다면 현실의 동물 모습에 좀 더 가깝게 표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점차 조선 시대에 들어서면 신선도나 장생도 등에서 보듯, 상상적 동물의 모습은 찾기 힘들고 호랑이, 박쥐, 거북, 사슴, 학 등이 등장한다. 이는 사령 신앙이 계승되기는 하지만, 민간 신앙에서는 신령한 동물의 대상이 추상적 상상적 모습의 동물보다는 구체적인 현실적 모습의 동물로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주는 네 방위를 지키는 수호 신령인 사령이 깃든 산들이 수호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를 사신산(四神山)이라 한다. 사신산은 고대의 전통에서는 큰 고을이나 도읍의 위치를 정하는 데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였다. 따라서 전주의 사신산은 아마도 후백제의 견훤이 도읍을 전주로 정하면서 비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당시 비정된 사신산의 위치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구전되어 오는 바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사령인 거북, 기린, 청룡, 봉황이 깃든 사신산은 북으로는 전주고에서 전북대 정문 쪽으로 가는 길에 거북바위가 있는 바위산을 말하며, 동으로는 기린봉이 있는 승암산을, 서로는 용두봉이 있는 완산을, 남으로는 학봉이 있는 학산을 말한다. 한편으로 남고산을 학산으로 추정하는데, 이 역시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대체로 남으로 두 마리 학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남의 신령인 주작과 봉황은 암수 한쌍으로 표현되고, 학 역시 암수 한쌍으로 표현하는 전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선 시대에 들어서는 사신산보다는 풍수지리적으로 조산과 안산, 좌청룡과 우백호의 지세를 중요시하여, 북으로는 건지산을 조산으로, 남으로는 곤지산을 안산으로 비정하였다. 전주가 전체적으로 서북쪽이 취약하다 하여, 건지산에 울창한 산림을 조성하도록 하고, 건지산과 가련산 사이에 덕진 연못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이 역시 네 방위의 수호를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보여진다. 전주의 사신산과 풍수 이야기는 전주를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보존하고자 했던 전주 사람의 희망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전주시의 천만그루 정원도시 프로젝트 역시 전주를 살기 좋은 아름다운 쾌적한 도시로 가꾸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산수가 좋은 삶의 조건인 이유는 전통적으로 산수의 아름다움과 쾌적함이 갖추어져야 인간의 심성을 순치하고 고양시킬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열섬현상과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한 천만그루 심기 사업에 제언하자면, 열려있는 전주의 서북쪽에 울창한 수림대를 조성하여, 바람을 타고 전주로 유입되는 열기와 오염 먼지를 완화시키는 방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