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의 전설 담긴 전설의 암각화를 추적한 한국남자
칭기즈칸의 전설 담긴 전설의 암각화를 추적한 한국남자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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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창 소설가 장편소설 ‘무지개’

 먼 땅, 미지의 공간에 터를 잡고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된 상태에서 오롯이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경험은 작가에게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10년 전, 몽골을 찾은 김한창 소설가가 집필 활동에만 몰입할 수 있었던 여건 덕분에 몽골의 대서사시를 남기게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장편소설 ‘무지개(도서출판 바밀리온·상하권·각 권 1만9,000원)’가 그 결실이다. 소설가는 지난 2012년에 출간했던 ‘솔롱고’를 한국어 ‘무지개’로 바꾸고, 내용을 대폭 수정해 증보판으로 내놓았다.

‘무지개’는 인류미술의 발상지로 여기는 몽골 고대암각화를 주제로 담아낸 소설이다. 몽골 차하르부족과 할하부족의 300년 전쟁역사 속에서 할하부족들이 아르갈리산양동굴에 새겼다는 전설의 암각화를 추적·발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몽골 고대 바위 그림에 관심이 있는 한국 남자가 몽골 울란바타르대학 연구교수로 부임한다.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필요한 코디네이터로 할하부족의 후손인 엥흐자르갈을 택한다. 유목민가정의 딸로 조상들의 역사를 학술적으로 조명하고자 몽골역사학을 전공한 명석한 그녀의 안내로 전설의 동굴바위 그림을 찾기 시작한다.

 사실, 남자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다.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서는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끝내 동굴 바위그림을 찾지 못한채 한국으로 돌아오게된 남자는 이듬해 그의 아들 솔롱고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한다. 커갈수록 아빠를 닮아가는 아들을 볼 때마다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엥흐자르갈. 솔롱고는 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며 탱게르 신에게 애달피 빌며 성장한다. 시간은 흐르고, 몽골로 다시 들어간 남자는 자신의 아들과 엥흐자르갈을 찾아 초원을 헤매는데….

 소설은 몽골의 전반적인 문화를 망라하고 있다. 특히 몽골 암각화를 주제로 역사는 물론, 색상과 리듬까지 형상화한 점은 눈길을 끈다.

 이는 소설가 이전에 프로화가인 저자의 이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인류미술의 발상지로 여기는 몽골암각화에 관심을 가졌고, 화가의 눈으로 몽골바위그림의 회화성을 연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은 탓이다.

 그는 10개 아이막 초원에 노출된 암각화 탐사를 강행했고, 글을 통해 선사시대부터 14세기까지 전반적인 몽골의 생활문화와 역사 그리고 칭기즈칸 몽골통일전쟁사까지 망라해 이미지화했다.

 김한창 소설가는 “이 글을 피상적인 몽골에 대한 작은 기억의 단편이 아니다”면서 “유목민들은 무지개의 나라로 한국을 지칭하며 몽골반점으로 같은 민족으로 여긴다. 소설이 마칠 때까지 신세 졌던 오지초원유목민들과 힘을 준 몽골문학연맹 친구들에게 감사의 글을 띄운다”고 말했다.

 드넓은 평원을 내달리는 소설가의 발자취를 따라 시선을 옮기는 것도 이 장대한 스토리를 탐독하는 한 방법이다. 물론, 소설가는 “이글은 소설로만 읽혀지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김한창 소설가는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차 아시아거점 몽골문학레지던스 소설작가로 선정, 몽골 울란바타르대학 연구교수로 파견돼 한국문학과 소설을 강의했다. 집필활동으로 몽골 13세기부터 21세기까지 몽골문화역사를 바탕으로 글을 써오며, 중단편소설집 ‘사슴 돌’을 펴냈다. 지금은 울란바타르대학 종신객원교수로 있다. 외국인 최초로 몽골문학연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몽골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몽골문학연맹노조 추천으로 몽골문학연맹90주년 기념식에서 문학공로훈장을 수훈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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