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돌아보면 좋은 세상 ‘나는 자출사다’
천천히 돌아보면 좋은 세상 ‘나는 자출사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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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걸을까, 탈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전주시 평생학습관에서 근무하는 오충렬 작가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그는 가장 먼저 베란다 문을 열고, 커튼을 젖히고, 밖을 살핀다. 어차피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니까.

 그는 오늘도 역시 자전거를 타기로 결심했다. 비가 사선으로 내리고 바람까지 사납게 부는 날이지만, 빗소리를 좋아하는 그는 여지없이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눈이 쌓인 추운 날도 상관 없다. 얇은 양말에 두꺼운 양말을 하나 더 신고 하얀 세상으로 페달을 밟는다.

 그렇게 10년이 넘은 자전거 출퇴근 길에서 겪었던 담담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 바로, ‘나는 자출사다(북컬쳐·1만3,000원)’이다.

 오 작가는 이 책에서 차로 출근하였더라면 깨닫지 못했을 자전거 출근길의 아름다움과 여유에 대해 노래한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날이면 자전거를 타는 자체가 심란하지만, 그런 날씨 속에서 맞이하는 자전거 출근은 그에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그가 처음 자전거를 장만하면서 겪었던 여러 일화는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공감대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책 군데군데 스며 있는 자전거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사람 이야기도 풍성하다. 자전거로 신문배달을 하다가 배달 자전거를 잃어버린 사연, 친구의 멋진 자전거에 반해 잠시 빌렸다가 도둑맞았던 가슴 아픈 추억, 그가 아끼던 자전거를 가져갔던 도둑을 잡고 보니 아는 할아버지였다는 이야기 등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평생 자전거를 사랑하며 운명처럼 함께한 한 남자는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남은 자전거에 대한 예찬과 끝없는 애정을 아낌없이 보낸다. 빠른 속도로 달리기만 할 뿐, 멈추지 않는다면 절대 보이지 않을 세상. 이 책은 주변을 돌아보는 일에 인색한 세태, 아직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우리 시대의 모든 이에게 보내는 자전거 사랑의 연서이다.

정창영 시인은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기도 하지만 자전거는 편의의 시대에 역행하는 수고로운 방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면서 책을 추천했다.

 지금, 당신 옆에 자전거로 세상을 만나고 있는 ‘자전거 산책자’가 지나가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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