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일회용품 사용 증가
정당한 일회용품 사용 증가
  • 박승환
  • 승인 2020.05.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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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여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조용했던 호수에서는 한 대지 예술가에 의한 ‘부유하는 부두’라는 엄청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롬바르디아 지역은 이탈리아에서 초기 ‘코로나 19’가 발현되고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북부 지역이다). 호수 주변의 작은 마을들을 작은 폴리에틸렌 입방체를 띄워 연결하였고 무려 3km 거리의 수상 보행로를 만들었다. 이같이 획기적이고 신비스러운 체험을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맨발로 출렁거리는 이 부유물 위를 걸어다녔던 이 프로젝트는 약 보름간 운영되었고, 철거 후 모두 자재는 친환경 생활용품 및 건축자재로 ‘재활용’되었다. 바로 ‘크리스토퍼 자바체프’라는 80대 대지 예술가의 작품이다.

  이 대단한 작가는 환경보호자이면서도 절대적으로 작품에 필요한 예산의 기부를 거부하는 독립적 예술가다. 그의 모든 작품은 우리가 보고, 살고 있는 이 땅과 바다, 하늘 그리고 기존의 건축물을 작품 소재로 활용하며, 작품에 사용된 모든 자재의 재활용을 원칙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지역기관 등에서 아무리 사정하고 남겨놓기를 원해도 그 흔적은 단 한 점도 남기지 않는다. 물론 환경적 폐기물도 없다. 예술을 통해 문화, 관광, 산업, 환경이 잘 어우러지는 최상의 모양새다.

  현재 필자가 지도하고 있는 대학원생의 논문 중, 도시재생에 대한 사진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작품 속, 수많은 건축물의 잔해들을 보면서 과연 이러한 별 쓸모없이 보이는 주거지역 건축물들이 산업폐기물, 또는 재생을 통한 문화공간의 공유 형태로 이분화되었을 때 우리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 라는 고민하게 된다. 다행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의 추세는 도시 및 주거의 재생을 통한 활용가치를 더 앞서서 인정한다.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모습을 바탕으로, 예술의 직접적인 관여를 통한 독창적인 예술마을 등으로 자리매김하는 사례는 여러 지역에서 검증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많은 예술가의 도전의식을 지속해서 깨우고 있다.

 1985년 완공된 63빌딩, 여의도에 있는 63층 건물로 높이는 249m로 한동안은 남산타워와 함께 서울의 랜드마크로 불려왔던 당시에는 최첨단에 초현대식 빌딩이었다. 소싯적, 한두 번쯤은 한강변에 우뚝 솟아있는 그 거대한 빌딩을 구경간 기억이 난다(내부엔 아쿠리아움이라는 신기하고 거대한 해양생물 수족관이 있었지만, 경제적 여건으로 관람은 못하였다.). 언론에 보도된 모 환경단체의 발표에 의하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사용되는 일회용 비닐장갑의 양은 63빌딩의 4배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 일시적인 사용량으로는 엄청난 양이다. 필자는 진보적인 환경 보호론자는 아니지만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든다. 지난번 칼럼의 주제가 ‘지구가 건강해졌다’라는 글로 시작하였지만, 한편으론 전염병 등에 대항하기 위한 정당한 일회용품의 폭발적인 사용증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2019년 자연의 상태인 해양으로 방류되었던 거북이 사체의 뱃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바로 우리가 누리는 주변의 편리한 문화생활의 이면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다. 위협적인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스스로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개인위생 보호를 위한 일회용품의 사용에 대한 권유는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아름답고 하나뿐인 지구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방안은 단 한 가지만이 가능하다. 바로 ‘세계의 모든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것!’ 대안은 없다. 절대적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최소한의 필요한 만큼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재활용’을 통해 어느 정도의 위안을 가질 수는 있다. 우리는 최소한 이것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두고 실행에 옮겨야만 할 것이다.

 박승환<전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전주 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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