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연 개인전… 낯선 유기적 덩어리에 담긴 자의식
박재연 개인전… 낯선 유기적 덩어리에 담긴 자의식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12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연 작 - Unfamiliar strange mass

 본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 그 속도는 한 여름 더위에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을날 단풍잎처럼 서서히 물들어가기도 한다. 잠복기에 들어간 바이러스처럼 잠재의식 속에 남겨진 보이지 않는 ‘에고(ego)’가 뜬금없이 발현되는 날도 있다. 어찌됐든 알다가도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이야기다.

 그 보이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을 형상화 한 조각가의 작업이 주목된다. 박재연 작가가 17일까지 교동미술관 2전시실에서 개인전 ‘Unfamiliar strange mass’를 펼쳐보인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감정으로 드러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작업노트에서 “마음이란 본질적으로 생존을 위한 도구이며, 감정은 마음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면서 “안과 밖, 드러남과 감추어짐을 넘나드는 유기적 형태와 식물 뿌리의 자유로운 선적인 이미지를 차용해 인간이 갖는 마음의 활동성을 의식하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성장함에 따라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조건에 기초해서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이미지, 즉 ‘에고(ego)’를 만들어 낸다. 박 작가는 철과 시멘트를 재료로 ‘에고(ego)’를 보여준다. 철근을 휘고 용접해 기본골격을 만들고, 시멘트를 덮어 양감을 살려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작가는 면밀하게 형태를 잡아가면서 자의식을 구체화 한다.

 그의 손으로 빚어낸 유기적인 덩어리는 안과 밖을 넘나들며 연결돼 있어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절대로 감출 수 없는 자아이기에….

 김이순 평론가는 “찰흙을 적당하게 한줌 쥐고 양손으로 주무르고 비틀다가 어느 순간 멈춘다. 멈추는 순간은 작가의 경험과 직관, 내재된 잠재의식에 달려있다”며 “손으로 흙을 주무르고 비트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감추려했던 콤플렉스 같은 잠재의식이 순간적으로 덩어리로 분출되는 것이다”고 평했다.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조소) 석사 졸업, 박사를 수료했다. 전북청년2016 선정과 두물머리 마을프로젝트,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참여 등 전북과 경기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