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두, ‘느림과 멈춤의 아방가르드’전
김선두, ‘느림과 멈춤의 아방가르드’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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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느린풍경-산이길 장지에분채 213x148cm 2019
김선두 느린풍경-산이길 장지에분채 213x148cm 2019

 코로나19의 여파로 잠시 문을 닫았던 전북 지역의 다양한 전시공간들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기, “이제는 좀 쉬어가라”며 넉넉한 미소로 메시지를 전하는 김선두 작가의 전시가 전북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돼 눈길을 끈다.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이 2020년도 ‘중앙 우수작가 초대전’으로 그를 초대했다. 12일부터 24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김선두, 느림과 멈춤의 아방가르드’전에서는 그의 대표작 ‘느린 풍경’과 ‘별을 보여드립니다’ 등 5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중앙 우수작가 초대전’은 전시작가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위해 교동미술관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물론 시민에게 일상을 치유하는 휴식 같은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

 김선두 작가의 작업은 어릴 적 뛰어놀던 남도의 풍광을 그리는 일에서 출발한다.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한 곡선으로 표현한 풍경, 먹과 분채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장지기법과 이동시점을 극대화한 역원근법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느린 풍경’ 시리즈에서 작가는 우리의 삶의 속도를 자동차의 속도에 비유한다. 그 속도란 물리적인 속도가 아닌, 상징적 속도와 시간을 의미한다. 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느린 풍경이란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서야만 보이는 풍경이다. 화폭의 중앙 하단에 자리잡은 반사경은 이러한 작가의 깨달음을 담아낸 구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로 U턴’은 작가의 의지를 매우 선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직진만 하던 삶을 돌아보고 잃어버린 자신에게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별을 보여드립니다’시리즈를 통해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그 이유가 있음을 공감하게 된다. ‘마른 도미’는 양극화 사회에 대한 우려를, ‘유혹’은 비릿한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상대적 세계를 동시에 읽게 만든다.

 하찮을 수 있는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감각은 크게 열려 있으며, 사물에 숨겨진 진실을 이해하는 내공 또한 상당하다. 그 시선을 따라 우리의 감각을 환기시키고, 인식을 확장시키다보면 어느새 삶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는 자신의 시간과 마주할 수 있을 터. 그의 말마따나 속도를 줄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통해 멈춤의 의미, 느림의 깨달음, 그 깊이를 가늠해 본다.

김완순 관장은 “작가는 장지기법과 같은 낡은 방식으로 새롭게 말하기와 우리 고유의 미감을 새로운 미디어로 말하기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현대 한국화의 실험을 지속적으로 관철하고 있다”며 “열정적으로 작품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전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교동미술관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 의미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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