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실용성과 전통을 담아내는 전주 무형문화재 김종연 명장
나무에 실용성과 전통을 담아내는 전주 무형문화재 김종연 명장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5.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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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성과 전통을 나무에 담아낸 40년의 ‘나무의길’

문을 열기도 전에 나무 향이 번졌다. 김종연(58) 명장이 일하는 전주시 풍남로에 위치한 목우헌(木遇軒)은 나무향으로 가득 차 있다. 작업에 열중인 김종연 명장의 땀은 빛났다. 명장이 사용하는 도구들은 기성품과 다르다. 공업용 시멘트못을 사용한 칼, 직접 만든 나무 망치등은 그가 나무를 다루기 위한 정밀한 도구이며, 세심한 표현을 이뤄내는 작품이라 할 정도로 창조적이다.

명장이 나무를 깎아 만든 십장생, 일월오봉도, 목침, 도장, 등잔, 필통, 표주박등은 나무의 결과 생명력을 살리면서 동시에 실용성을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목침은 아름다우면서도 견고해 제품이라기 보다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명장은 전시장에서 “이 작품들 모두 내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1981년에 처음 목공예의 길을 걷기 시작한 김종연 명장은 2005년 전통목침 기능전승자로 2011년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에서 인정한 ‘대한민국명장’을 받았다. 이어 2017년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선정됐다. 그가 목침을 만나게 된 계기는 골동품상에서 좌우대칭 호랑이 목침을 재현해달라는 부탁에서 시작됐다. 재현한 목침에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계속적으로 사는 사람이 늘어가고, 점차 나무를 다루는 작품들이 늘어났다. 명장은 공방을 차리면서 목공에 대해 기술적인 것만 아니라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가장의 역할을 맡으며 4년 동안 대학에 적을 두고 우석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가구 디자인 전공을 마쳤다. 배움의 열정은 그를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옻칠 전공으로 이끌어 전통공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옻칠까지 마스터하기에 이른다.

명장의 작품에서 자연이나 기하학적인 무늬들은 명장이 옛것을 재현하는데 수준급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민속박물관, 옛 문헌, 구전으로 전해지는 기록들을 다양하게 찾았다. 그러나 전통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전통과 현대를 조합한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고 있다. 그가 최근 작업하는 갈라파고스 거북이 모양의 함(函)은 주목나무인데, 비늘 한 땀까지 세심하게 표현했다. 이 아름다운 작품에 어울릴 손잡이 부분에 대해서 그는 용궁으로 갈 토끼인지, 생명력을 품은 알을 올릴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제 아내가 걱정 됐는지 ‘기계 작업도 하지’ 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마음은 알지만 ‘내가 이런 걸 좋아하고 하니까 여기까지 온 것이다’라고 설명했죠. 기계로 쉽게 상품 만들어 돈 벌려고 했다면 이 경지까지는 못 오르죠”

명장의 두 손에는 상처와 굳은 살이 가득하다. 특히 왼손의 상처들이 더욱 심하다. 그는 나무를 다루는 일의 위험성은 결에서 나온다며, 결을 잘못해서 밀다가 칼이 왼손 살을 파는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교육생들에게 목재를 다룰 때 칼이 가는 방향으로 손을 대지 말라고 가르친다.

명장은 3년전부터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사람들에게 목공을 가르치고 있다. 수강생들이 직접 작업해 목공을 느끼는 과정에서 더욱 나아가 전통에 대해서 더욱 가르치기 위해 준비중이다. 또한 작년에는 승암사 밑 교동 주민들에게 6개월 동안 취미반을 운영해 주민들이 직접 실용적인 작품을 만들고 공예기술을 나누는 등 나눔을 실천했다.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에는 ‘앞으로 사회에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었을 적에는 내가 이뤄낸 작품을 모방하는 게 탐탁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나누고 공유하며 저변확대로 연결하고자 합니다. 생활이 될 수 있는 상품 개발도 준비중입니다.”

앞으로도 나무 향기 가득한 목우헌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통해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그는 기대하고 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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