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 되는 게 없다. 국밥, 활어회 등 음식은 기본이고 농수산물이나 꽃, 백화점 상품 등 다양한 물건 구입도 ‘이것’으로 해결한다.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차량에서 제품을 주고받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이야기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에는 커피나 패스트푸드점들의 전유물 같았던 드라이브 스루는 이제 그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드라이브 그루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시작은 1921년 미국의 한 레스토랑이었는데 이후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최근에는 신종 드라이브 스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검사 방법으로 드라이브 스루를 개발했다. 차에 탄 채로 동선을 따라 접수부터 문진, 체온측정, 코와 입에서 검체 채취, 소독 등을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분.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는 CNN, AFP 등 세계 주요 언론이 ‘혁신적 아이디어’라고 극찬했고,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앞다퉈 벤치마킹 하기도 했다.
도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판로가 막힌 지역 농가들을 돕기 위한 농산물 꾸러미를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실 이 드라이브 스루와 같이 차량을 이용한 고객 서비스 방식을 우리 전북은행도 훨씬 앞서 시도했었다.
1995년 6월, 전북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로 ‘드라이브인 뱅크(Drive in Bank)’를 선보였다.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금암동 본점에 문을 열었던 ‘드라이브인 뱅크’는 차에 탄 채로 은행 업무를 보는 원스톱 서비스였다. 자동차로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주차하는 번거로움과 오랫동안 대기하는 데 따른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당시 첨단 금융서비스 제도라는 찬사와 함께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특히 은행창구가 복잡한 월말이나 공과금 마감일 등에는 일평균 200여명 이상의 고객이 드라이브인 뱅크 서비스를 이용했다. 일반 고객 외에도 택시기사들과 장애인들에게도 편리한 서비스로 꼽혔고 창구에서 대기해야 하는 불편을 원천적으로 해소했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인터넷 뱅킹과 텔레뱅킹의 보편화로 11년 만인 지난 2006년 3월에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시 고객 중심의 최첨단 금융서비스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코로나19로 인해 그 속도는 더 빨라졌고 더 혁신적이다.
이러한 스루 방식의 문화가 점점 퍼져 나가는 것도 새로운 비접촉 방식이나 비대면 상호 작용의 확산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당분간 드라이브 그루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언택트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계속 이러한 서비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드라이브 스루 외에도 우리는 이미 원격 교육, 재택근무 등 비대면 문화를 경험했고 이러한 변화에 정부는 물론 개인과 가정, 기업 등 우리 사회 모두가 보다 더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해제되면서 서서히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기의 위축으로 경제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때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 전에 없던 경제 한파가 닥칠 것이라고는 하지만 드라이브 스루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낸 것처럼, 지금의 경제 한파 또한 이겨낼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과 변화를 우리는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