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여, 품격을 잃지 마라
정치여, 품격을 잃지 마라
  •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 승인 2020.05.07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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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의 몰락 원인에 대하여 말이 많다. 한국일보(2020.4.20) 김명호 칼럼니스트는 <사이버 보수는 끝났다>라는 글에서 그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무능과 공감 능력의 부재, 품격의 상실이라고 했다. 다 옳은 말씀이다. 필자는 이 세 가지를 통틀어서 ‘품격’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필자는 ‘정치의 품격’에 대하여 여러 번 칼럼을 쓴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품격’이 떨어진 분들이 대거 낙선했다. 낙선자 개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참 반가운 일이다. ‘품격’이 없으면 무능하고, 공감 능력도 없다. 그럼 먼저 ‘품격’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품격 : 1) 사람의 품성과 인격

  2)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가치나 위엄

 

 다음(daum) 백과사전을 보면 이런 의미도 있다.

 

 “분수나 격조. 광고 제작자가 상품의 사회적 가치를 고양하여 구매자의 심리적 만족감을 극대화하려 할 때 특별히 강조하는 이미지다.”

 

 ‘품격’이라는 말은 실제적으로는 이런 사전적 의미의 고상함보다는 단순하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풍기는 따뜻한 인간미, 또는 그런 ’멋’이 아닐까. 그러나 최근 정치판에는 이런 유의 고상함은 드러나지 않았다. 극단적 적의가 번뜩이고 상대의 심장을 겨누는 막말이 쏟아졌다. 선거를 앞두고도 세월호 유가족을 깎아내리는 말이 거침없었다. 선거도 하기 전에 ‘탄핵’을 들먹이더니 그들이 먼저 탄핵당한 꼴이 되어 버렸으니 이 얼마나 민망한 일인가. 시도 때도 없이 상대를 겁박하는 막말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정치에서 ‘품격’이 문제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는 진정성 있는 참회나 반성을 보이지 않은 채, 그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에 바빴다. ‘정권을 빼앗긴’ 보수의 상실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거친 모습은 갈수록 가관이었다. 마치 투사만이 살길이라는 듯 그들은 품격을 벗어 던졌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지금 이 나라가 독재국가인가. 아니면 공산주의 국가인가. 국민 대다수가 믿지 않는 말을 반복적으로 쓰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연민의 정을 갖게 한다. 대통령을 ‘독재자’로 몰아붙이고,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 애쓰는 정부를 ‘빨갱이’라고 저주와 악담을 쏟아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면 바로 ‘공산당’이라고 맹비난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 어떤 의원은 청와대에 폭탄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조상의 친일행위에 참회하기는커녕 청와대를 폭파하겠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폭력인가. 광화문 광장에서 신앙인으로서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저주를 퍼붓고 있을 때, 그리로 달려간 보수의 지도자들을 보라. 마치 구세주라도 되는 듯 그에게 조아리는 모습은 품격 없는 보수의 민낯이었다. 그것은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물론, 여권이나 진보도 막말을 많이 했다. 그것도 큰 잘못이고 문제다. 그런데도 필자가 보수의 품격을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부분 보수의 반격에 대한 방어용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렇듯 막말은 막말을 불러오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걸핏하면 ”떼절’을 했지만, 그것처럼 꼴사나운 진풍경은 없다. 미리부터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제발 앞으로는 ‘떼절’할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4.15 총선의 의미는 막말과 혐오를 버리게 하고 ‘품격 있는 정치’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안정적 의석을 확보하게 하여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갖게 하면서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추동력을 더했다는 점이다. 지도자라면 품격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하는 말에는 언제나 국민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야 한다. 또한, 원칙과 상식에 맞아야 한다. 보수는 오늘의 패배에 대하여 너무 비관하지 말라. 벌써 당했어야 할 일을 이번에야 당했을 뿐이다. 그러나 패배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조금만 잘하면 앞으로는 점수 딸 일만 남았다. 내부 혁신과 새로운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겸허한 자세로 진정성을 보인다면 민심도 변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180석이라는 다수의석에 도취할 알이 아니다. 원칙과 상식이 가장 큰 대의이고 가장 높은 수준의 품격임을 잊지 말라. 검찰개혁도 해야 하고 언론개혁도 해야 하지만, 원칙과 상식을 잃지 말라. 이를 잃으면 권위를 잃게 되고, 권위를 잃으면 어떤 일을 해도 국민이 믿지 않는다. 품격 있는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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