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를 알고 있나요?
보릿고개를 알고 있나요?
  • 부안초 교장
  • 승인 2020.05.0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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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줘야 아이도 안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갯길~’

아파트를 벗어나 가까운 뒷산을 향해 운동삼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구성진 노래가 흘러나온다. 미스터트롯 정동원의 목소리다. 보릿고개를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절절한 노랫가사와 슬픈 음률을 듣다보면 배고픈 설움이 느껴진다.

  ‘보릿고개’는 묵은 곡식이 떨어지고 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아 농가의 식생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음력 4~5월경을 이르던 말로 봄에서 초여름에 이르는 기간으로 보통 ‘춘궁기’라고 한다.

  지금이 바로 보릿고개를 겪던 때로구나 생각하니 괜시리 마음이 아프다. ‘초근목피’라는 말은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벗겨먹으며 배고픔을 달래던 말이다.

  자식들을 먼저 챙겨먹이느라 물한바가지로 허기를 달래던 어머니의 모습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조상들이 악착같이 버텨내가며 살아주었기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참 가난했었다. 쌀밥에 쏘세지 반찬, 계란후라이로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는 반에서 몇 명 되지 않았었고 대부분 보리밥에 김치, 멸치볶음, 단무지, 콩자반으로 도시락을 싸와서 먹고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교실마다 김치냄새가 진동을 했었다. 도시락가방이라는 것도 나중에야 나와 책가방을 열면 김치 쉰냄새가 늘 가시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보릿고개를 넘던 우리 부모 세대들은 잘 살려면 자식들을 가르쳐야 한다며 소를 팔고 논을 팔아서라도 가르치는 데에 온 정성을 다했다. 우리들 역시 입시경쟁을 비롯한 온갖 어려움을 겪어내느라 애를 썼다.

  그런데 우리 조상이 어려움을 겪으며 견뎌나온 이야기, 우리들 세대들이 힘들게 살아낸 이야기들을 아이들은 모른다. 아이들은 그저 먹을 것은 늘 집에 있고 가족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여가를 즐기고 시간날 때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말을 해줘야 안다. 어린 자녀가 지금의 모든 상황, 자신의 위치를 저절로 깨닫기에는 너무 어리다.

  우리 가족들의 행복, 특히 내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모든 부모들은 노력한다. 강요하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를 지켜내기 위해 부모들이 얼마나 애를 쓰고 힘든 일들을 참아내고 있는가를 알려주어야 아는 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계절 5월. 가정의 달이다. 아이와 함께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도 찾아 뵙고 아이에게 할머니, 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오던 이야기도 간간히 들려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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