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싶다. 떼구르르~ 롤링볼
자유롭고 싶다. 떼구르르~ 롤링볼
  • 박성욱 전라북도과학교육원 교사
  • 승인 2020.05.07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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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을 소환하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는 시절이다. 매일 매일 코로나 뉴스가 Top 뉴스로 자리한지 오래다. 놀이공원도 동물원도 도서관도 문을 닫았다. 개학연기를 거듭하다가 집에서 하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 2달 반 가량 지속되었고 이번 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었다. 5월13일 고3부터 순서대로 개학한다. 초등학교 5,6학년은 6월 1일 개학이다. 아! 자유롭고 싶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 산과 들을 거닐며 맑은 물에 손 발을 담그고 시원한 공기를 코로 깊이 빨아들여 마음껏 마시고 싶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면 딱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모험 영화 속 장면들이다. 케리비안 해적에 나오는 잭스페로우 선장이 블랙펄 호를 타고 보물을 찾는 장면, 앙코르 와트를 배경으로 찍은 툼 레이더와 페트라 사원의 신비함을 고스란히 담은 인디아나존스. 거친 정글, 멋진 유적지, 재미있게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특히 귀중한 유물이나 보물,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물건들이 나올 때는 꼭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치들이 등장한다. 구슬이 굴러가면서 잠금장치를 풀고 문이 열리면서 비밀스러운 물건들이 나온다. 때로는 모래나 물이 점점 쏟아지고 무게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새로운 통로로 쑥 빨려들어 간다. 강력한 소리,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흥미진진함,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에 온몸이 얼어붙고 손에 땀이 난다. 모험 영화에는 온갖 재밋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어린 시절 보았던 ‘구니스’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아이들이 보물지도 한 장을 들고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구슬이 굴러가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장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나무와 온갖 공구들이 창고 가득 있어서 영화 속 장치들을 만들어 보려고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아직 재료와 용구를 다루는 기술이 부족해서 흉내만 내다가 끝났었다. 나무 손질하려고 톱 집, 칼질하다가 손을 다친 영광의 상처와 아픔들에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 굴리는 놀이, 굴러가는 세상

  동그란 공이나 구슬을 가지고 노는 놀이는 참 여러 가지가 있다. 축구, 농구, 배구, 탁구, 구슬치기 등 사람들끼리 공이나 구슬을 주고받으면서 하는 놀이가 있다. 하지만 골드버그 장치처럼 여러 가지 복잡하고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서 어떤 동작을 하도록 하는 만들기 놀이도 있다. 롤링 볼, 골드버그 장치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린다. 요즘에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사서 만들 수 있고 박물관이나 과학관에서 체험전이나 전시회도 열린다. 공은 여러 가지 힘으로 움직이고 굴러간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일들로 이쪽저쪽으로 굴러간다. 막히면 막히는 쪽을 피해서 열린 쪽으로 굴러간다. 등교 개학이 어려워지기 개학이 연기되고 개학 연기가 길어지니 온라인 수업을 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부족하고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지니 개학이 좀 더 필요한 학생들부터 등교 개학을 시작한다. 이렇게 막하는 것을 피하고 조금씩 열리면 열리는 대로 굴러간다.

 

▲ 멈춰있던 구슬을 굴리다.

  과학관 한쪽에 쌓여있던 롤링 볼 장난감이 있었다. 깔때기로 통 떨어져 빙글빙글 돌다가 아래로 쏙 떨어지고 앞으로 뒤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돌고 재미있는 장치였다. 이것이 무엇일까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설명서에 따라 작게 만들고 부시고 조립하면서 노는 장치다. 하지만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고 노는 모습을 본 경험이 부족해서 인지 잘 가지고 노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이제 이 녀석을 가지고 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만들면서 시작하면 된다. 작은 부품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야 된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 볼까 생각하게 된다. 계획한 생각을 가지고 만들고 조금씩 더 욕심을 부리면 아주 멋있는 장치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책상 하나에 가득하게 만들었다. 만들고 나니 좀 더 크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책상 두 개 가득 만들고 더 크게 더 만들다 보니 책상 4개에 가득차게 만들게 되었다. 구슬을 놓는 높이를 최대한 높게 만들고 시작하는 곳도 3곳으로 정했다. 시작은 3곳이지만 구슬들이 서로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위로 아래로 옆으로 소용돌이로 재미있게 움직이다가 결국에는 바구니 속으로 쏙 들어간다. 복도에 크게 설치된 롤링 볼 장치는 한동안 여러 사람 장난감이 되었다. 어떤 아이들은 몇 시간 동안 구슬을 가지고 놀았다. 한 2주 동안은 잘 있었다. 조금 부서지면 누가 새롭게 만들고 만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모양도 여러 가지도 달라졌다. 그런데 어느 날 왕창 부서지더니 완전히 하나하나의 부품들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또 누가 시작하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시작하면 된다. 가만히 있다가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추억과 경험이 호기심을 만나고 실천을 만나면 무엇이든지 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인 것 같다. 교육원에 놀러와서 롤링볼을 가지고 논 꼬마 친구가 있다. 부서진 롤링볼 장치를 이제는 이 친구가 다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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