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사연이 가득한 농산물꾸러미를 받고
애틋한 사연이 가득한 농산물꾸러미를 받고
  • 최재용
  • 승인 2020.05.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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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에 가톨릭농민회가 운영하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생명꾸러미를 택배로 받았다. 이번에는 유정란, 콩나물, 두부, 요구르트, 방울토마토가 담겼다. 최근 코로나19로 성당 미사가 잠정 중단이 되면서 성당에 급식으로 납품도 못하는 등 판로가 막혔다는 하소연에 우리 도에서 팔아주기 행사를 도와주고 있는데 여기에 필자도 신청한 것이다.

 주말에 택배로 받은 농산물꾸러미 중 아이들에게 줄 토마토를 꺼내 씻고 있자니 옆에 있던 아이엄마가 툭 한마디를 한다. 꾸러미에 함께 담겨온 설명서가 있는데 사연이 구구절절하여 읽고 보니 차마 먹기 아까울 지경이라고. 평소 감정표현이 그렇게 풍부하지 못한 아이엄마가 아닌가?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그럴까 하는 호기심에 씻는 걸 잠깐 멈추고 한 켠에 둔 설명서를 가져와 들여다보았다.

 유정란, 장수 장계지역에서 가톨릭농민회원이 값싼 GMO 곡물 사료 대신 유기농 쌀을 재배하여 도정할 때 나오는 청위, 잎넓은 풀과 함께 Non-GMO사료와 항생제, 살충제 대신 미생물인 EM을 물에 섞어 질병을 예방하고, 부족한 칼슘 등의 영양분은 조개껍데기를 갈아 사료와 섞어내는 방식으로 건강한 닭을 키우며, 암수비율을 1:12로 유지하여 유정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콩나물, 진안 소토실마을에서 가톨릭농민회원이 무농약 이상으로 가톨릭농민회의 생명농업기준에 맞추어, 농약 및 일체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콩을 사용하여 매주 농가에서 직접 길러내고 있습니다. 농약 및 항생제, 성장촉진제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여, 일반 콩나물에 비해 약간 질긴듯한 예전 어머니들께서 집에서 길렀던 집 콩나물의 향과 맛이 남아있는 콩나물로, 아스파라기산 등의 함유량이 일반 콩나물에 비해 높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에게 주기 전에 먼저 맛본 방울토마토는 정말 최고다. 달콤함과 약간의 새콤함이 이렇게 조화를 잘 이루고 있을까 싶었다. 일반 마트에서 사먹는 방울토마토처럼 균일한 크기도 아니고, 색깔도 선명하지 않지만 어쩌면 이런 맛을 만들어낼까 싶다. 순간 이런 농산물을 정직하게 키워준 농부아저씨는 누구실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이렇게 정성스레 키운 농산물 꾸러미를 팔아달라 도움을 청하신 가톨릭농민회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 밀려왔다. 너무 좋은 느낌에 가슴이 저며온다고나 할까….

 농산물 꾸러미를 팔아달라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 감사하다고 하면 뭔가 의아해질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사실 요즘 코로나19로 온 산업분야가 어렵다. 우리 농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행정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판매활동을 일부 도와드리고 있다. 많은 기관과 지역에 계신 분들이 농가를 돕자는 마음에서 선뜻 사주시고 계셔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판매활동을 돕는 행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화훼나 농산물이 시들거나 썩었다느니, 꾸러미에 원하지 않는 농산물이 섞여 있다느니 하는 내용이다. 솔직히 이번 가톨릭농민회의 꾸러미 판매를 시작하면서 내심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이것이었다. 그 걱정을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니 어찌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이런 꾸러미라면 팔아달라는 부탁의 것이 아니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보람 찾는 농민, 제값 받는 농업, 사람 찾는 농촌을 만들고자 시작한 것이 삼락농정이다. 애틋한 사연 가능한 꾸러미를 보면서 자부심이 든다. 농부의 정성과 행정의 열정이 녹아들 때 비로소 우리가 꿈꾸는 농민, 농업, 농촌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성과 열정의 공통점은 결국 마음이다.

 최재용 <전라북도 농축수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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