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전국 첫 ‘마을형 재난지원금’ 지급 화제
완주군 전국 첫 ‘마을형 재난지원금’ 지급 화제
  • 완주=배종갑 기자
  • 승인 2020.05.0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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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군의 한 마을이 그동안 쌓아놓은 마을기금을 활용해 코로나19로 힘든 원주민 전 세대 당 20만원씩 지급하기로 해 화제다. 정부와 지자체에 이어 마을 공동체가 주민에게 주는 첫‘마을형 재난지원금’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완주군 상관면 정좌마을(이장 김진곤)은 최근 마을총회를 개최하고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피곤함이 가중되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세대당 20만원씩 마을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일종의‘마을 재난지원금’지급 대상은 주민등록만 있고 거주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 동네 대소사를 함께해온 20세대 전 원주민으로, 이달 1일까지 전 원주민에 총 400만원이 지급 완료됐다.

 이 마을은 앞서 지난 2014년에도 광역상수도를 마을로 끌어올 때 주민 20여 명의 개인부담금 40만원씩을 마을기금으로 대신 충당하는 등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기금을 풀어 동네 어르신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 박수를 받았다.

 이 모든 돈은 마을 공동체 사업을 추진해 얻은 수익금과 동네 행사 협찬금 잔액, 십시일반 동네 주민들이 각축하여 관광이나 마을잔치를 목적으로 조성된 공공기금이다.

 정좌마을은 5년 전 모정 건립시 군비 지원(1,500만원)에 보태야 할 자부담 500만원을 마을기금으로 충당한 후 명절 때마다 10만원 상당의 생선·과일 등을 동네 어르신에게 선물해왔다.

 하지만 명절 선물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데다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도 되지 않는 등 올해부터 비축해 놓아 이번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었다.

 김진곤 이장(54)은“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울해 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늘고, 노인일자리 등 경제활동이 끊겨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며“그래서 동네 어르신들과 상의해 주민 총회를 거쳐 마을형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상관면이장협의회 회장인 그는“그냥 마을기금을 쌓아놓기보다 동네 어르신들이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며“나는 제안만 했을 뿐 어르신들이 더 좋아 하시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순덕 상관면장은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며 훈훈한 정을 나누는 모습이 감동적이다”며“코로나19를 잘 극복해 마을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경제가 하루 빨리 회복돼 주민들이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을기금을 전 주민에 경제적 지원 차원에서 나눠주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거의 없어 향후 확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완주=배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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