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얼굴] <12> 李順九(이순구)씨...세탁소 차려 쉰 아옵해
[자랑스런 얼굴] <12> 李順九(이순구)씨...세탁소 차려 쉰 아옵해
  • 김재춘 기자
  • 승인 2020.05.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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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닦아주는 정다운 이웃

 “남원군수 이름은 몰라도 백양세탁소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요”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그랬다고 말하는 李順九(이순구·73)할아버지. 나이에 비해 껑충 젊어 보이는 그는 요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세탁물을 다림질하는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한다.

 李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세탁일을 시작한 것은 열네살 되던해. 그로부터 올해까지 꼭 쉰 아홉해를 이일만을 하며 살아왔다.

 지금의 자리에서만도 37년간을 일해왔다는 李할아버지는 일감이 없던 6.25전쟁의 와중에서도 세탁소문을 열고 군복이며 옷가지 등을 착실히 손봐준 덕에 많은 사람들이 단골이 되었다며 자랑스레 얘기한다.

 세탁업을 하며 길러낸 슬하의 일곱 남매는 美國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그곳에 병원을 개업한 큰아들 治一씨(치일·46)를 비롯하여 모두가 제분야에서 유능한 일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미국에 가 있는 큰아들이 부모님을 모셔가기 위해 몇차례나 찾아왔지만 된장국과 따뜻한 온돌방을 끝내 떨쳐버릴 수 없어 거절했다는 李할아버지.

 지금은 부인 韓忠禮여사(한충례·65)와 단둘이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세탁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현재 세탁업협회 전북지회 감사직을 맡고 있는 李할아버지는 1974년에 한국세탁업협회 회장으로 부터 모범업소 표창을 받은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있다.

 남들은 세탁업을 남의 더러운 옷이나 빨아 주는 천한 직업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은 사람들의 마음씨까지도 깨끗이 닦아준다는 자세로 살아왔다는 李할아버지.

 “요즘은 세탁기가 있어 옛날보다는 일하기가 한결 수월하지요”라며 활짝웃는 그의 모습속에서 진하게 묻어나오는 일혼해의 자긍심을 대하는 것은 참으로 흐뭇한 일이었다.

 
 글 김형열 / 사진 김영호
 옮긴이 김재춘
 1988년 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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