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문학 홀대 심한 전주문화재단
유독 문학 홀대 심한 전주문화재단
  • 장세진
  • 승인 2020.04.27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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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인 1966년 봄부터 전주에서 살고 있는 시민의 한 사람이다. 무려 54년간 살아왔으니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지만, 전주를 떠나 완주로 이사할 생각이 불쑥불쑥 솟구치곤 한다. 내가 최근 들어 전주를 떠나 완주로 이사할 생각에 시달리는 것은 전주문화재단, 나아가 전주시의 유독 심한 문학 홀대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1983년 글쟁이로 데뷔하여 총 46권의 저서를 펴내는 동안 전주시나 전주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펴낸 책이 한 권도 없다. 2001년 전주시예술상을 받긴 했지만, 최근 전주문화재단이 밝힌 “전주시민의 문화활동 진흥과 지역문화예술인 및 단체의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한다”와 전혀 동떨어진 거주지 전주에서의 저술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전주문화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예술지원사업공고’를 보면 ‘신진예술가지원사업’ㆍ‘백인의 자화상 추천공모’ 등 13개 사업이 진행된다. ‘예술하기 좋은 곳, 문화로 행복한 전주’를 만드는 지원사업들이다. 그런데 13개 어디에도 문인창작집 지원사업은 없다. 이는 군산ㆍ익산ㆍ완주 등 여느 지역 예술인지원사업에서도 볼 수 없는 문인 홀대다.

  ‘신진예술가지원사업’의 경우 문화예술 전 장르를 대상으로 하고, ‘백인의 자화상 추천공모’에 문인들이 더러 포함되긴 하지만, 군산ㆍ익산ㆍ완주 등 문화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문인창작집 지원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37년차 문인으로 전주에서 살아왔지만, 이런 홀대를 받으면서 굳이 계속 살아야 할 이유가 있나 회의에 빠져들곤 한다.

  내가 알기로 전주시의 문학분야 지원은 전주문인협회에 대한 3천만 원이 전부다. 전주문인협회는 이 돈으로 ‘전주시민문학제’를 2018, 2019년 두 차례 진행했다. 일반 시민에게 돌아가는 상금 등 공모전이란 점에서 사실상 문인창작집 지원사업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한다”면서 왜 문학이 열외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되돌아보면 전주시는 2000년부터 문화예술창작 활동지원사업을 한 바 있다. 문학의 경우 저서를 구입, 공공도서관과 기관단체 등에 배포했다. 문인 개인의 기발간 작품집을 구입해줌으로써 열악한 현실의 출판사와 작가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게 한 사업이었다. 작가들이 크게 반가워하고, 창작의욕을 불태우는 등 크게 고무되었음은 물론이다.

  4년 정도 계속되던 전주시의 문예창작활동지원사업이 중단된 것은 과별 풀예산제 도입 때문으로 알려졌었다. 그야 어쨌든 아예 작정하고 문학을 블랙리스트 삼은 듯한 홀대요 배척이다. 매년 수억 원에서 10억 넘는 돈을 쏟아붓는 전주국제영화제 등 전주시의 영화 지원과 비교해보면 문인에 대한 엄청난 차별임도 알 수 있다.

  유독 문학 홀대하는 전주시에서 총 54년, 평론가로 37년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을 정도다. 다 알다시피 시나 수필을 써서 한 권의 책을 펴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다 기획출판의 저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비출판하는 것이 지역문인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자체의 문인창작집 발간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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