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3) 노희석시인의 ’마스크’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3) 노희석시인의 ’마스크’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0.04.2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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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노희석

 

 그 동안

 우리 말 안에

 톡 쏘는 침이 있다는 것을 몰랐네

 말과 함께 튀어 나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슴 속까지 파고드는 독이라는 것을 몰랐네

 몰라서 가까웠던 거리

 그 틈새를 침이 파고들자

 사람들은 마스크를 방패삼아 맞서고 있다

 마주 서면 튀어 나오는 침 앞에

 뒷걸음치며 물러서고 있다

 사회적 거리를 지키라는 외침이

 거리를 휩쓸고

 마른기침을 소매로 가리며

 지금 우리 어디로 가고 있는 가

 잠시 걸음 멈추고

 우리가 잃고 살아 온 것을 생각해 본다

 마스크 벗고

 봄날, 흰 목련처럼

 벙긋이 웃을 그날을 그리며

 

 한 편의 시로 눈앞의 현실과 세상을 꿰뚫어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19에 지구촌이 벌벌 떨고 있습니다. 하늘 길도 끊기고 국경도 빗장을 걸고 모두 제 나라 사람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어쩌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기침소리라도 들리면 무슨 죄인을 보듯 한꺼번에 눈총을 쏘고 있습니다. 여태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 앞에서 사람들은 점차 말문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무서운 세상입니다.

 노희석 시인의 ‘마스크’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힘든 시기를 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튀어나오는 침을 시인은 독침으로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독침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상에서 침이 창이라면 마스크는 방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모든 사람이 하루 빨리 목련처럼 벙긋이 웃는 날을 고대해 봅니다.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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