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선거 관전기
‘노잼’ 선거 관전기
  • 나영주
  • 승인 2020.04.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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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년이 된 이래 여러 번 투표를 했다. 셈해보면 대통령 선거는 4번, 국회의원 총선거와 지방선거도 대 여섯 번 했던 것 같다. 2017년 이전에는 서울에서, 이후에는 전주에서 투표했다. 서울에서 투표했을 당시 주소지는 종로였다.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일이 더 재미있었다. 바꿔 말해 전주에서 본 개표방송은 요샛말로 ‘노잼’(NO 재미)이었다.

 전국적 선거인 대선을 논외로 하면 서울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이 불확실한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정치 일번지 종로의 경우는 더했다. 당시 종로에 출마했던 정세균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상대 오세훈 후보에 10% 이상의 격차로 뒤지고 있었다. 개표방송이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 알다시피 정 후보의 낙승.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일은 어땠나. 당시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았다. 자정 무렵, 박근혜 후보가 당선인으로 결정이 되었을 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술자리를 파했다. 옆자리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51대 48. 술집과 거리엔 한숨을 쉬는 사람들과 무언가 들떠 있는 사람들로 뒤섞였다. 유독 추었던 겨울밤이었다.

 2017년 벚꽃 대선은 전주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압도적으로 내가 지지하는 ‘선수’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선수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측된 것이기도 했지만, 주변의 거의 모두가 환호를 질렀던 것 같다. 함께 즐거워할 ‘동지’가 많아진 것은 좋았지만, 한편으론 약간 재미가 없었다.

 4·15 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대한민국의 총선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거대 보수당이 탄생한 이래 2004년의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보수당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으로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진보당이 180석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호사가들은 ‘뉴 노멀’(new normal)을 운운하며 이젠 진보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새로운 정치질서로 확립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북에서 이번 총선의 의미는 찾기가 힘들다. 초·재선과 중진, 보수당과 진보당이 고른 선택을 받았다기보다 ‘문재인의 친구’가 원사이드 하게 의리를 지켰다는 정도로 평가되는 것 같다. 같은 몰표라도 집권당에게 등을 돌린 TK지역보다는 낫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할까. 경제학에서는 시장의 실패 사례로 독점과 본인·대리인 이론을 든다.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이 1개일 경우 왜곡된 시장가격이 책정될 수 있다. 또한 본인의 권한을 위임한 대리인은 자연스럽게 도덕적 해이에 빠져 본인의 이익과 상충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비단 시장경제뿐만 아니라 대의제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또한 위와 같은 실패의 위험에 직면한다.

 국회의원은 국민대표와 지역민의 대표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전북은 사실상 1당 독점 체제다. 낙후된 전북의 발전을 위한 도민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당선인들의 행보에 달렸다. 호남은 영남에 비해 정치적 감수성과 상황판단이 현명하다는 평도 있지만, 호남에 전북이 뭉뚱그려 평가될지는 의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번 총선이 ‘노잼’이었다는 점이다. 선거는 ‘노잼’이었어도 앞으로 전북의 현안처리는 ‘꿀잼’이었으면 좋겠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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