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관람하게 되는 시…이삼례 시인 ‘손을 쥐었다 놓으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관람하게 되는 시…이삼례 시인 ‘손을 쥐었다 놓으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4.22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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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이 끝나고 바닥을 쓸다 보면 시장 사람들이 흘린 땀을 증류 시킨 소금이 한 짐이다.” 「시인의 말」중에서

 이삼례 시인의 시를 읽으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관람하고 있는 듯하다. 시인의 유년기를 보듬었던 바다와 섬, 시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이동 시장 사람들의 삶이 필름처럼 감기기 때문이다.

 첫 시집 ‘손을 쥐었다 놓으면(도서출판 시인·1만원)’에서는 좁고 축축한 세상의 길을 걸으며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상을 담담하게 진술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나의 시적 상상력이란 ‘사는 일’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 ‘사는 일’에 관한 비명소리와 웃음소리, 눈물과 한숨이 시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철거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표현한 ‘수신함을 지우며’, 파산선고하러 가는 길가에 핀 벚꽃을 본 순간의 기억을 따라간 ‘벚꽃 대출’, 달리는 기차 안의 풍경을 통해 삶의 길을 반추한 ‘기차 안에서’ 등 살갗이 닿는 시어들이 가득하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아픈 사람/ 다시는 나를 손대지 마라/ 난 네가 되고 나서도/ 하루 내내 네게로 가고 있다” 「이장(移葬)」

 시인이 적고 있는 이장은 죽은 자의 무덤을 옮기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세상에서 회생가능성 없이 망해 버린 현대인이다. 그들이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인의 절규인 셈이다.

 시인은 “나는 어부이고 농부이고 영세 상인이 이들과 함께 사는 방법밖에 모른다. 도망 갈래야 더 이상 도망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의 부고와 부채를 전하고 싶다”면서 “대단히 평등한 세상을 원하는 것아 아니라 ‘그냥’ ‘살 수만’ 있어도 괜찮은 세상을 원한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당신’들께 습관처럼 안부를 전한다”고 했다.

전남 신안 지도에서 태어나 광주, 대구, 대전, 서울 석촌 호수 근처 방이동에서 살았으며 지금은 하남 남한산성 밑 고골마을에서 살고 있다. 2019년 시인지 신인문학상에 ‘수신함을 지우며’외 11편이 당선됐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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