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농사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 이종화 한국농어촌공사 전주완주임실지사장
  • 승인 2020.04.22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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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맑고 따듯한 봄날의 삼삼오오 꽃구경은 물론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한 끼의 식사조차 죄가 되는 시절이다. 한창 농사가 시작되는 계절이지만 농촌 들녘에는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마스크로 무장한 나이 든 농부의 모습만 애처롭다.

 신종 바이러스인 이 전염병에 대해 말들이 많다. 어떤 이는 박쥐가 원인이라 하며, 또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오염이 주범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우리 모두 전염병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고 있다. 전염병은 일상을 파괴하고, 또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며 오랫동안 크고 작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는 사실을.

 원인이 박쥐이든 아니면 환경오염이든 결국 코로나는 우리 인간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탐욕으로 지켜야 할 선을 넘으면 환경이 훼손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는데 자연을 보전하고 탐욕을 다스려야 하는 이유다.

 바야흐로 농사철이 시작되었다. 비록 코로나로 여전히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논밭을 가는 농기계 소리가 활기차고 퇴비며 비료는 들녘에 쌓여 흙과 하나가 될 준비를 마쳤다.

 다행히 올봄은 그다지 심각한 가뭄이 없어 전북지역 대다수 저수지는 논밭을 적셔줄 물로 그득하다. 농어촌공사는 이러한 농업용 저수지를 만들고 물을 가두어 필요한 농지에 공급하는 공기업으로, 대부분의 농업 시설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농업 시설이란 농어촌정비법에 규정된 농업생산기반시설로, 농업용으로 사용될 물을 채우는 저수지와 물이 지나가는 용·배수로 그리고 농업용 도로와 기타 농업관련 시설을 말한다.

 농어촌공사는 약 3,400개의 저수지와 4,600개의 양·배수장 그리고 144개의 방조제를 관리하고 있다. 용·배수로를 뺀 관리면적만 481,000ha로, 충청남도 면적의 반이 넘는 방대한 규모다.

 한 해 농사가 이러한 농업 시설 작동 여부로 성패가 갈리는 만큼 시설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농업 시설 본래의 기능을 해치는 행위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고 있으며, 농어촌공사의 적지 않은 인력이 이러한 시설관리에 투입되고 있다.

 이렇듯 많은 인력이 1년 내내 저수지에 물을 채워 전국 각지의 논·밭으로 보내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야 함에도 최근에는 농업용 저수지에서 낚시와 수상 보트 등 금지된 수상 레저가 늘어 감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더구나 도시가 확장되면서 농로나 용 배수로 부지에 건물을 짓고 각종 쓰레기를 버리는 비양심 행위도 해마다 늘고 있다. 아름다운 들녘과 맑은 하천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쓰레기로 병들고 이로 인해 오염된 물은 농작물에 스며들어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농사가 시작되는 요즘에도 탐욕과 이기심에 많은 농업 시설이 훼손되고 있고 여전히 많은 인력이 시설이 아닌 사람에게 향하고 있다. 한 해 풍년 농사를 위해서는 물이 지나가는 막힌 곳을 뚫고, 새는 곳을 막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관리의 손길은 부족하고, 결국 이 손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간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우리 일상과 유쾌함마저 유보된 지금이지만 농사가 시작되는 한 철만이라도 우리 모두가 농민의 수고를 떠올리고 우리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논밭으로 아무런 간섭 없이 저절로 흐르는 물은 없다. 물그릇을 채우고 길을 만드는 많은 수고가 담긴 소중한 물만이 농사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양심과 배려로 알찬 결실을 맺고, 풍년의 기쁨이 코로나의 상처를 완전히 잊게 될 가을을 기대하며,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생각나는 농사철이 다시 돌아왔다.

 이종화<한국농어촌공사 전주완주임실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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