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된 지역 서점들 입찰 경쟁에 매몰돼… 인증제 역할 변질됐다
인증된 지역 서점들 입찰 경쟁에 매몰돼… 인증제 역할 변질됐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4.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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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서점 활성화 원년 만들자 (중)
13일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한 서점에 손님이 없어 썰렁하기 그지 없다./김얼 기자
기사와 관계 없음. 전북도민일보 DB.

  지역서점으로 인증된 서점이 늘어날수록 입찰경쟁만 가속화돼 책 읽는 문화 조성 등을 위한 ‘지역서점 활성화’가 아닌 납품 경쟁 활성화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전주시에 인증된 지역서점들 중 입찰에 참여해 낙찰을 받았던 서점이 아무런 재검증 절차 없이 계속 인증명단에 있는데다 유명서점들의 분점도 다수 등록돼 있어 ‘인증제 개선’의 목소리가 지역서점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주시에서 인증을 받은 ‘지역서점’은 총 91개다. 2015년 3월에 인증제를 시행했지만 2017년 2월 전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려 실제로는 2017년 3월부터 ‘지역서점’ 등록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확보한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전주시의 지역서점 가운데 도서관의 입찰에 참여해 납품한 곳은 2017년 21건, 2018년에는 16건, 2019년에는 24건이다. 전주시 인증 지역서점은 2017년 66점, 2018년 79점, 2019년 86점(휴·폐업 반영)을 기록했다. 납품에 참여하는 대신 책과 문화기획을 위주로 운영하는 동네서점 9곳을 빼도 77개의 서점이 1년마다 약 20건의 입찰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서점 중 2회 이상 다회 낙찰도 눈에 띈다. 2017년에는 2점, 2018년과 2019년에는 4점이 버젓이 다회 낙찰에 성공했다. 또한 지역서점 대표자와 입찰 대표자의 이름이 다른 경우도 발견됐다. 게다가 전주시의 유명서점 분점들 다수가 당당히 지역서점 명단에 가입돼 있다. 심지어 한 서점의 경우는 대표자의 이름이 모두 같았다.

이에 전주시립도서관 관계자는 “‘지역서점 인증제’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기준은 매장 하나에 한 사업자로 인증된 서점이면 가능하다”며 “사업자가 변경되거나 주소 변경 후 사업자 등록시 이름이 변경될 수도 있다. 이에 입찰업체 대표자 이름이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전주시 지역서점 현장 불시 점검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전주시립도서관에서 확인한 결과 공식적인 현장 불시 점검은 없었다. 관계자는 “2018년 이후 기록을 파악 중이며 2019년도에는 서점인증 실사를 나갈 때 주변 서점을 함께 둘러보는 식으로 진행했다. 미리 공문을 보내 실사를 공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도내 지역 서점을 살리기 위한 지역서점 인증제의 넓은 기준은 독서 문화 양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다만 타 지역 입찰업체를 막고 지역인증서점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그치는 한계만 뚜렷히 남겼다.

이에 지역서점들 및 단체는 “지역서점 인증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소리높였다.

조상훈 전라북도서점인협동조합감사는 “지역서점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일관된 기준이 없으니 지역서점들의 상생을 도모한다기보다는 있는 자가 더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구조가 됐다”고 비판했다. 조 감사는 이어 “현재 도서관의 책 납품뿐만 아니라 시(市)공립작은도서관 28곳이 1년에 2회에 걸쳐 수의계약을 하는데 특정 업체들만 이를 맡고 있다. 1년이면 56회인데 각 서점당 1건씩만 맡아도 지역서점들에게는 큰 도움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전주시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A씨는 “저는 납품을 하지 않지만 전주시에 등록된 지역서점 리스트에 문구점, 총판 등의 이름을 보고 놀랐다. 전주시가 말하는 ‘지역서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체성부터 따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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