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남긴 과제
총선이 남긴 과제
  • 최낙관 예원예술대 교수
  • 승인 2020.04.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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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손으로 국민의 대표를 선택하는 21대 총선이 그 막을 내렸다. 이제 당선자들은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대표하여 새롭게 입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선거라는 경쟁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능력과 상품성을 ‘표’로 바꾸고자 노력했던 많은 정치인들은 이제 각자의 길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 치열했던 경쟁과정 속에서 ‘득표 극대화’를 위해 유권자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는 공약을 발표하고 자신이 지역발전의 적임자임을 호소했었던 만큼,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으로 국민의 명령에 화답할 의무와 책무가 있다.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10개 선거구에서 일 잘하는 ‘머슴’을 자처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가려졌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고 축제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행된 상호비방과 편가르기는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선택이었는지, 그 목적 자체가 본질적으로 흐려지고 훼손되는 마치 진흙탕 싸움 같아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허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권자들과의 거리두기로 이어져 자신들의 공약을 알릴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성숙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해도, 득표를 위한 수단으로 정책적 비전이 아닌 ‘네거티브’를 선택했던 구태의 반복은 여전히 쓴맛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 선거 이후가 더 걱정이다. 우선은 진영 간 대립의 격화로 나누어진 민의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있다. 여기에는 박빙의 승리를 쟁취한 지역은 물론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승리한 진영이 양보와 타협 그리고 포용을 거부한다면, 선거는 분명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동반하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왜 ‘배제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가 왜 중요한지 곱씹어 봐야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 후유증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상호 고소·고발로 얼룩진 선거사범 수사이다. 만일 최악의 상황으로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옷을 벗어야 한다면, 이 또한 표로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우리 유권자들이 궁극적으로 함량 미달인 정치인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원죄의 결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지역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열렸다. 우리 지역에서도 2년 임기의 진안군수 재선거가 치러졌다. 전국적으로 보면, 충남 천안시장을 비롯해 8곳의 기초자치단체장, 16명의 광역의원, 28명의 기초의원 등 총 52개 지역에서 선거가 진행되었다. 물론 큰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로 인한 비용 낭비와 손실이겠지만, 더 큰 문제는 지역 유권자의 상실감과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민주주의의 후퇴에 있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성숙도에 따라 결정된다. 바꾸어 말하면, 정치발전이 경제발전과 그 궤를 같이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논리는 지역(local)에도 공히 적용된다. 지역 정치의 외형적 성장을 넘은 내부적 성숙이 지역경제의 활력과 재도약을 견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총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모든 후보가 저마다 내가 지역경제와 문제해결의 적임자이자 일꾼임을 약속했다면, 이제는 승패를 떠나 지역을 위해 서로 화해와 포용으로 성숙한 정치의 참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름다운 정치가 일으키는 파장은 분명 나비효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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