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 승인 2020.04.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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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감염자수가 200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 수도 10만명을 넘어섰다. 페스트나 콜레라, 스페인 독감 등 과거에도 감염이 있었으나 지금보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기 때문에 이처럼 급격하게 전 세계로 확산하지는 않았다. 20세기 이후에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02년에 발생한 사스나 2009년 전 세계로 퍼졌던 신종 인플루엔자도 지금의 코로나19에 비하면 감염 확산이나 사망자 수가 적었다. 아직 치료제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언제 멈추게 될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는, 그야말로 지금 전 세계는 비상사태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 간의 왕래를 막고 철저한 방역과 함께 감염 예방과 확진자 치료에 전력을 쏟아 붇고 있음에도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생활뿐만이 아니라 여행, 산업, 교육, 인적 물적 교류 등 전 세계의 많은 것을 멈추게 만들었다. 미국과 유럽의 확산세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빨라서 세계 경제가 치명타를 입고 있으며, 국내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세계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의 기본 틀이 무너졌다고 지적하며 이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 교육 현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히 권고하였고 3차례의 개학 연기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급기야 “온라인 개학”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은 집단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학교라는 공간의 여건상 감염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저소득층 자녀나 다문화 가정 학생의 언어 통역, 특수아동의 문제 등은 여전히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교육의 사각지대 일 수밖에 없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은 당장 생소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해야 하고 아이들의 학습 상황 등을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어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처라는 공통의 과제 앞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당장 학교 활동이 멈췄기 때문에 학교 급식은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학교 급식 계약 재배를 했던 농가들의 시름도 여간 아니다. 우수한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할 대상이 없으므로 마냥 방치되어 썩혀야 할 상황이다. 반면에 급식 재료도 쌓여있고 급식 예산도 충분한 상황에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가정과 아이들이 있는 실로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한편 소년 소녀 가장 학생들이나 저소득층 가정은 식비에 대한 가계 부담이 늘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자체마다 방학 때 밥걱정하는 아이들에게 급식카드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충분히 지원해주고 있는지 꼼꼼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쉽게 수그러지지 않을 상황이라서 단순히 몇 번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지역의 농산물 재배농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지역의 급식 농산물 재배 농가도 살리고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도움도 주는 방법으로 말이다. 물론 학교 급식처럼 직접 조리하는 방식은 아니다. 급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학교급식 계약재배 업체의 농산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해당 가정에 지원해주는 방법이라면 판로가 확보되지 않아 고통 받고 있는 지역의 농가에게도 당장 숨통이 트일 것이고 개학 연기로 인해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가정과 아이들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가정에서 안전하게 거주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저소득층의 아이들에게 생존보다 더 큰 안전은 없다.

 지금은 가정과 학교가 할 몫과 역할을 구분하고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온라인수업에 교사의 역할을 자원해야 하며, 교사는 학생의 교육을 위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자체와 교육청도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든 온라인수업을 하든 교육 공공성의 틀 안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책무이다. 지금 그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대면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칫 인간다움이 상실되지 않도록 더 어려운 이웃과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따뜻한 온정이 필요하다.

 천호성<전주교육대학교 교수/전북미래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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