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IT 기획자에서 장인정신으로 커피의 길을 걷는 박광섭 명인
젊은 IT 기획자에서 장인정신으로 커피의 길을 걷는 박광섭 명인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4.1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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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는 카페에는 ‘로스터리’라는 이름이 붙는다. 한때 인기였던 로스터리 카페들의 숫자들이 점차 줄어간다. 커피를 볶는 노력은 카페를 운영하는 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서울IT업계에서 일하다 고향인 전주로 돌아와 커피 로스팅에 꾸준히 발을 딛는 젊은 커피 명인 박광섭 씨를 만났다<편집자주>

전주 객사 맞은편, 옛 민중서관 뒤쪽 자리에 커피 볶는 냄새가 진하게 흐른다. 카페 가빈가배는 2014년 2월에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 커피를 볶고 카페를 운영하는 박광섭(38) 명인은 “전주로 돌아온 지 벌써 7년이 됐다”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커피와 원두에 관심을 가진 지 10년이 넘었다. 2002년부터 IT업계 기획자로 활약하던 그는 커피를 물마시듯 마시며 살았다. 당시 박 명인이 일하던 서울시 강남구는 스타벅스가 가득했다. 그는 업무로 쫓기듯 살던 삶에서 잠깐 쉬기 위해 우연히 들른 한 로스터리 카페서 마신 한 잔의 드립커피가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당시 늘상 마시던 아메리카노와 다른 향에 깜짝 놀라고, 또 커피가 다채로운 향을 담고 있다는 것도 알았죠.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커피에 관련된 일을 기획하는 계기도 됐구요.”

IT업계 기획자인 덕에 정보를 얻는 것도 빨랐고, 커피가 필요한 환경에서 그는 다년간의 공부 끝에 커피 교실을 열었다. 순식간에 인기를 얻으며 커피 만들기와 원두 볶기 등을 가르치던 그는 IT업무와 커피 사이에서 커피의 장인이 되기로 결정했다.

커피를 볶는 로스팅을 배우는 이들을 많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커피 콩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고, 볶은 과정에서 맛있는 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로스팅을 도전하는 카페들은 많아도 중도에 포기도 많은 편이다. 박광섭 명인은 10년동안 커피 업계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해외의 커피 자료들을 스스로 번역해 공부해가면서 꾸준히 로스팅을 이어갔다. 특히 이만오 커피 감정사의 찬사에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만오 선생님께서 ‘새콤달콤한 커피가 최종적으로는 가장 좋은 커피고 로스팅도 그에 맞게 하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거다’라는 말에 여태까지 경험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그가 커피를 볶을 때 쓰는 로스터는 열풍식 전기 로스터이다. 당시 박 명인은 가스를 쓰는 직화식과 열풍식 사이에서 고심하던 시기에 전기 로스터를 선택했다. 박 명인은 커피 볶기에 대해 “직화가 우월한 것이 아니며 열풍도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팅 하면 항상 불로서 다뤄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요. 하지만 로스팅의 본질은 볶는 것에 있습니다. 불이건 열풍이건 커피콩은 뜨거운 열을 받을 때 변형이 일어나죠. 이 과정에서 워낙 변수가 많습니다. 커피를 볶으면서 느낀 것은 직화와 열풍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서 오는 커피알들이 한 해마다 향과 맛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박 명인은 커피 로스팅 머신에 내장된 설정값을 쓰는게 아니라 스스로가 경험한 수치를 다룬다. 특히 이 로스팅 머신은 안드로이드 기반이기에 IT사업에서 일했던 그에게는 다루기가 더 수월하고 많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

“스스로의 경험이 만드는 것이 제가 손님들에게 커피를 추천할 때도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남미 커피의 경우에는 다양성이 많은 만큼 변수도 많아 이 부분에서 더 신경쓰고 있어요”

7년간 커피를 볶고 현재 여러 카페와 예비창업자들에게 컨설팅도 해주고 있는 박 명인은 적지만 전국 각지에서 각양각색의 커피매니아들이 단골로 찾을 만큼 사람들에게 정성을 쏟고 있다. 또한 천주교 전주교구청 ‘부에나까사’에서 커피 상담및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박 명인은 현재 ‘예약제 카페’와 ‘커피 교육’부분을 준비하고 있다.‘예약제 카페’는 세계의 원두 커피를 다양한 도구와 방법으로 코스요리처럼 커피 코스를 즐길 수 있게 하고, IT 기획자로서의 경력과 커피에 관한 경력 등을 통해 다양한 컨설 팅 및 상담도 제공할 예정이다. 교육 부분은 커피에 대한 교과서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맛있는 커피를 고르는 방법과 맛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박 명인은 ‘커피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객사 뿐만 아니라 전주 전역에 수많은 카페들이 있습니다. 매장 크기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죠. 인테리어와 메뉴들도 각양각색이구요. 제가 운영하는 카페 ‘가빈가배’는 작고 프랜차이즈보다 메뉴도 적습니다. 저는 다만 제 카페에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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