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왕멀팀 젊은 예술가들, ‘물결자리’ 전시
물왕멀팀 젊은 예술가들, ‘물결자리’ 전시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4.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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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노송 예술촌의 삶의 흔적들 예술로 새기는
SKT 청년갤러리 6월 29일까지
물왕멀팀 일곱작가의 전시 `물결지기'가 전주시 SK텔레콤 서노송동점에서 6월 29일까지 진행한다. 왼쪽부터 임주아(시인), 장근범(사진작가), 김성혁(성악가)

전주 성매매집결지 선미촌에서 책방 물결서사를 운영하며 예술촌 전환의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물왕멀팀이 SK텔레콤 서노송동점 청년갤러리에서 ‘물결자리’ 전시를 오는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지난해 ‘물결, 연결로 서사하다’ 전시로 호평을 받은 이들은 올해 또 한번 SK텔레콤의 러브콜을 받으며 같은 자리에서 전시를 열게 됐다. 이번 전시는 2차례로 나누어 열린다. 4월 13일부터 1차로 3인전이, 7월 1일부터 4인전으로 관객을 맞는다. 이번 전시는 1년 간 책방을 운영하며 기록한 선미촌의 일상을 시와 사진, 음악으로 풀어냈다. 시인 임주아, 사진가 장근범, 성악가 김성혁 씨가 참여했다.

 
 장근범 사진가는 선미촌을 떠난 여성들의 빈 방과 함께 이웃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기울어진 벽지에 묻은 페인트, 침대 위에 달린 커튼 등은 여기서 살았던 이들이 남긴 흔적이다. 국수를 배달하는 식당 아주머니의 모습을 담은 푸른 밤 풍경 연작 등은 이곳에 오래 머물러야 알 수 있는 풍경이다. 4년 전부터 선미촌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아온 장 씨는 “도시재생 속에서 새로운 건물은 계속 세워지지만 빈집들은 제 모습을 숨기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아 있다”며 “남은 것들이 말해주는 흔적을 담담한 시선으로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만큼, 이번 전시가 선미촌 하면 떠올리는 단편적인 이미지 전달이 아닌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혁 성악가는 ‘도돌이표’ 형상으로 한 쪽 벽에 300장에 가까운 CD를 붙였다. 서노송동의 풍경을 생각하며 곡과 가사를 쓰고 부른 ‘흔적’을 영상으로 듣고 악보도 관람할 수 있다. 가사 후렴구는 ‘구름에 가려진 해는 / 친구가 되었고 // 우린 무엇 하나 잃을 것 없는 / 삶을 마주할 테니’로 끝맺으며 여운을 남긴다. 김 씨는 “이곳에 들어온 지 2년 차인데 서노송동의 흔적들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도시화 속의 선미촌과 동네의 가치는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다 이 곡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주아 시인은 선미촌에 머물며 창작한 시를 골라 전시장 벽면에 연필로 옮겨 썼다. ‘등’, ‘밤의 공터’, ‘홀’, ‘망종’, ‘빈집’ 등 총 5편의 시가 제각각의 크기로 적혀 있다. 시를 읽으면 늦은 밤 공터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노인이 보이고, 빈집 지붕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끼는 한 사람이 눈에 그려지기도 한다. 임 씨는 “책방에 근무하며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본 것과 상상한 것들을 시로 썼다”며 “지옥 같은 세상에서 맞닿은 따뜻한 등의 존재를 자주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우리가 운영하는 책방은 60년대 성매매업소였던 곳을 크게 손대지 않고 최대한 살린 공간이다. 지난 1년은 이곳에 상주하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면밀히 보고 그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미촌이라는 공동체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건 희망을 잃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는 것, 그리고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용기 있게 하고 살라는 것이다. 그러한 마음과 태도로 이곳에 머무르고 글 쓰면서 한결 더 자유로워진 나를 발견했다. 편견은 대개 직접 느껴보지 않고 생기는 자기 안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작하는 사람에서 지속하는 사람들이 되고 싶다는 물왕멀팀의 3인전은 오는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2차 전시에는고형숙(한국화가), 민경박(영상크리에이터), 서완호(서양화가), 최은우(시각예술가)가 주민들과 함께 진행한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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