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
4월은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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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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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의 구절로부터 시작한다.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메마른 구근(球根)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시인은 1차 대전 후 황폐해진 유럽의 서구 문명 등 시대적 환멸과 허무 사상을 노래한 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 생명이 부활하는 찬란한 봄에 죽은 목숨 겨우 이어가고 있으니 잔인한 운명일 수밖에 없다는 허무함을 4월에 빗대어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우리에게도 잔인한 4월의 역사가 있다. 1947년 제주도에서 피바람을 일으킨 4.3사건은 제주 왕벚꽃이 만발한 봄철 4월에 발생했다.

▼ 남로당 무장공비에 대한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선량한 제주시민 다수가 학살이라는 최악의 인권유린이 자행된 것이다. 또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패에 항거한 학생과 시민이 일으킨 4·19혁명도 4월이다. 많은 희생의 대가를 치르고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세월호 참사 사건도 4월에 일어났다.

▼ 어린 학생 등 3백여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그들의 영혼을 편히 잠들게 하지 못하고 진행 중이다. 모두 잘못된 정치에서 빚어진 오명의 역사다. TS 엘리엇의 시가 아니더라도 그래서 우리에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지난 2016년 4.13 총선을 통해 뽑았던 20대 국회야말로 실망을 주었다. 내일 15일은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 일이다. 진정한 일꾼을 뽑자. 코로나 등으로 황무지가 된 이 땅에 희망의 씨앗을 싹트게 할 참 일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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