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1) 도종환시인 '담쟁이'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1) 도종환시인 '담쟁이'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0.04.12 16: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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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을 연재한다.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면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시 소개다. 하루를 여는 아침, 산뜻하고 생기 넘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담쟁이

  - 도종환 시인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온 국민이 힘든 시기에 희망과 의지를 노래 한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담쟁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절망적 상황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고 시인은 시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담벼락에 탁 붙어서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어가며 영차영차 서로 응원가며 절망을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결코 어둠에 잠들지 말자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는 소리가 시의 행간에서 들려옵니다. 회색빛 절망을 푸르게 다 덮을 때까지 절대 손을 놓지 말자는 기도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마도 시인은 만물을 보는 아주 특별한 눈이 있나 봅니다

오래 전 이 시를 알고부터 담쟁이는 그저 푸른 넝쿨 식물이 아니라 푸른 잎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내 눈에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담쟁이는 저렇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기어오르면서 마침내 그 벽을 넘는데, 나는 왜 단숨에 넘으려 하는지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때가 많았습니다.

담쟁이는 절망뿐인 저 거친 담벼락을 잡고 푸른 하늘만 바라보며 잘도 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한꺼번에 내딛으며 너무 많은 것들을 이루려는 것은 아닐런지요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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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신혜 2020-04-13 16:02:17
때론 귀찮아서 지나치고 때론 힘들것 같아 미리 회피하고 또는 버거워서 포기했던 마음가짐들을 돌아보게하는 시네요. 좋은글귀와 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