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에서 싹트는 그린 뉴딜
도랑에서 싹트는 그린 뉴딜
  • 민경진
  • 승인 2020.04.1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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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안심천을 따라 기지제를 자전거로 돌았다. 안심천을 따라 핀 꽃들과 어우러진 전원주택들은 평온해 보였다. 아침 산책을 나선 시민들의 모습도 정겹다. 하지만 안심천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고, 기지제의 물도 맑지 않았다. 미역을 감고 물고기를 잡던 나 어릴 적 아름다운 추억을 우리의 아이들도 누렸으면 좋겠다.

 전 근무지였던 부여에서도 그런 아쉬움이 있었다. 2017년 백제보를 개방하자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 문제가 된 곳이 자왕뜰이다. 자왕뜰의 소쟁이천은 오염이 심해서 여름이면 녹조가 창궐한다. 수많은 비닐하우스와 축사의 오폐수, 하수도까지 그대로 소쟁이천에 흘러드니 당연한 결과이다. 지난해 도랑 살리기를 했지만 재정부족으로 하천정리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농업용수 부족 해결과 하수처리장 건설, 도랑살리기 등을 모두 하였더라도 소쟁이천 생태를 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는 전체를 고려하지 않는 각각의 사업 시행 때문이다. 농업용수 대책은 물 부족만 신경 쓰고, 쓰고 남은 물이나 오염에는 관심이 없다. 하수처리장도 천에 흘러드는 생활하수만 처리한다. 물순환을 고려하지 않는 도랑살리기는 청소와 정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각 사업을 다 잘하더라도 소쟁이천은 여전히 악취와 녹조가 심하고 생태는 훼손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작은 하천에도 전체를 생각하는 통합유역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전체를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도적 장벽 때문이다. 물관리 일원화에도 불구하고 농업용수, 생활용수, 하수도, 하천관리, 생태복원을 각기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여 협력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이를 개선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계획을 혁신해야 한다. 각각의 계획에 앞서‘소하천 유역통합관리계획’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수량 개발자는 물순환과 쓰고 남은 물의 친환경적 처리와 사용을 생각하고, 도랑살리기는 하천생태의 복원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음으론 시설 설치와 운영제도를 혁신하여 기관 간 칸막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즉, 물 관련 기관이라면 누구나‘통합물관리사업’을 패키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시설 설치는 각 기관이 하되,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것이다. 이마저 어려우면 설치와 운영 모두 각 기관이 수행하되, 정보의 수집과 분석은 한 기관이 담당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여 하천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거버넌스 혁신도 꼭 필요하다. 유역통합관리계획이 마련되고, 각 시설이 통합관리 목적에 맞게 설치·운영되더라도, 주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가령 농민들이 농업용수의 계량과 오염방지시설을 외면하거나, 쓰레기의 무단 폐기 등이 발생한다면 하천은 살아나기 어렵다. 따라서 계획의 수립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재정의 혁신도 수반되어야 한다. 소 유역의 수량, 수질, 수생태 사업은 규모는 작지만, 단위당 설치·운영비가 많이 들며, 많은 경우 적정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물이용부담금, 점·사용료, 요금 등 하천 재정체계의 혁신을 통해 적정한 비용이 충당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제도가 혁신되어야 비용을 낮추는 기술혁신이 도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제도가 혁신되면 다양한 스마트 기술, 수처리·물순환 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는 길을 열릴 것이다. 아울러 기술혁신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제도적 장벽을 낮추고, 분산된 시설의 통합관리 등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재정을 혁신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안심천과 소쟁이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생태가 살아나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살아있는 안심천은 전주혁신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살아있는 소쟁이천은 풍요로운 전원을 연출할 것이다. 살고 싶은 도시, 찾고 싶은 전원은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도시를 넘어 지역과 한국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이다. 생태와 환경을 살리는 통합물관리사업이 그린 뉴딜의 핵심 분야가 되기를 소망한다.

 

 민경진  <K-water 금강보관리단장>

 약력 ▲K-water 연구원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파견 ▲금강보관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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