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북문학기행> 2. ‘달이 기우는 비향’
<2020 전북문학기행> 2. ‘달이 기우는 비향’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4.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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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과 익산의 작은 길들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움

 새로 들어선 아파트와 신작 길을 따라 사람들이 살아도 정작 사람들은 낡고 기운 마을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민다. 김성철 시인이 2018년에 낸 시집 ‘달이 기우는 비향’은 외지인의 카메라가 가리키는 시선이 이나다. 그의 시선은 그 지역을 오래 살고 있는 사람의 눈길이다.

 사실 김성철 시인의 감성은 전북도에만 혼재해 있는 것이 아니다. 시인이 쓴 문장에서 도시와 농촌 어디든 깊은 외로움의 흔적이 번뜩인다. 그리고 어디서건 외로움을 받아드는 따뜻한 손길도 읽을 수 있다. 하여 시인이 책 앞날개에 군산출신이라고 썼다 해도 익산과 군산에서만 시인의 감성을 찾는 일은 멋쩍은 일처럼 여겨졌다.

 익산시 모현동과 송악동의 마을들은 이제 봄 벚꽃과 쪽파들이 가득하다. 새 아파트들이 산처럼 우뚝 서 있는 이 마을들에 작은 집들이 가려져 있다. 그 사이로 작은 골목들에 칠해진 벽화보다 금간 기왓장과 흰색, 파란색, 빨간색이 섞인 이발소 회전간판들이 시인의 작품 세계와 가까이 있다.

 시 곡우(穀雨)는 1부에서 ‘봄 햇살이 실리콘 줄기 타고 위태롭게 거니네’로 시작해 ‘버려진 장롱 문 열어 일광욕을 하고 있네 / 늙음과 무딤은 한통속이네’로 그 풍경을 풀었다. 지금은 사라진 모현아파트에서 살았다는 시인은 모현동에 대해 “어머니는 우리를 위해 돈을 벌었어야 했으므로 어머니는 늘 부재입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저녁이나 밤이었죠”라는 말로 설명했다.

 시인의 발길은 살고있는 익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군산에 대해 ‘근대의 역사를 짊어진 도시인 것처럼 많은 이야기를 품은 도시’라며 ‘귀 기울이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집의 역사도 숨어 있는 곳’이면서 해방이 되자 버려진 적산가옥, 내항의 시멘트로 지어진 낡은 건물들, 약탈의 소원이 곳곳에 매달린 동국사, 옥구의 드넓은 평야 등으로 그가 본 군산의 모습들을 설명했다. 시인은 이 곳에서 ‘하얀 속 장갑을 낀 택시기사’,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통제하는 경찰관’, ‘담배파이프를 문 해군 제독’,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등을 꿈꿨다.

 시‘봉제동 삽화’는 봉제동 수출고장의 여공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시인은 이 곳의 모티브를 내항 얼음공장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시‘곰보’에서도 내항의 째보선창의 어둑한 이미지가 배경을 덮는다. 하여 시집 안에서 째보선창과 내항은 벽돌과 낡은 집들의 회색 이미지들이 짙다.

 내항은 내딛는 발자국소리마저 빛난다. 봄 군산의 바다는 파도 어슬렁거리는 소리로 내항을 채웠다. 바닷일을 준비하는 공간은 노동의 흔적들이 남아있기에 경건하게 보인다. 내항 골목 사이로 반지회덮밥을 파는 식당들의 불빛이 은은히 반짝인다. 예전에는 먹방 프로그램에 소개도 되고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반지회를 먹었다고 하는데 그 홍보문구는 보이지 않는다.

 전북도 전체가 벚꽃빛으로 길을 수놓고 사람들은 여전히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다. 시인이 바라본 마을들은 꽃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미는 모습들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것이 마을과 구도심에서 기대해야 할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을 시인은 그의 시를 통해 우리에게 큰소리 대신 중얼거리듯 전달하고 있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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