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차선책인가
언제까지 차선책인가
  • 이보원
  • 승인 2020.04.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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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성없는 총선 전쟁이 한창이다. 애당초 불꽃 경쟁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겉보기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것 같다. 실제 경쟁률도 4.4대 1이다. 도내 10곳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는 총 44명. 수치상으론 그렇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텃밭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도내 열 곳 모두에서 후보자를 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어떤가. 단 4곳에 후보자를 내는데 그쳤다. 절반을 넘는 선거구에서는 명함도 못 내놨다. 당 지지율이 바닥이니 누가 나서겠나. 제1야당은 체면을 구겼다. 전북지역 여당이나 다름없는 민생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4곳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바닦까지 떨어진 당 지지율을 견디지 못하고 현역 2명은 당을 떠났다. 무소속으로 각자도생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20대 전북지역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참패했다. 10석중 2석을 건지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호남 중심의 안철수 국민의당 돌풍에 맥없이 당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지역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초판 판세 기선 제압에 일단은 성공한 모양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자들이 현역인 민생당 후보들에 크게 앞선다. 싹쓸이 분위기다.

 군산과 남임순 두곳은 민주당 후보자와 무소속 후보자가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곳도 사실상 초록동색이다. 무소속 두 후보자 모두 당선 후 민주당 복당을 공공연히 말한다. 민주당 마케팅이다,

 선거 결과는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만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앞서 언급한 두 곳을 빼면 민주당 후보자들의 독주가 우세하다.

 이런 판세는 당지지율과 무관치 않다. 선거때만 되면 유령처럼 부활하는 지역주의가 21대 총선 판세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깃대만 꽂아도 될 것이라는 얘기가 또 나올지 모른다. 다른 당은 “어차피 안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안 해도 되고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중앙당 차원의 지원유세에도 전북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민주당은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지난달말 박빙지역인 군산과 남임순 지역을 스치듯 지나갔다. 미래통합당은 중앙당의 전북지역 지원유세가 있기나 한가.

 정치는 견제와 협상의 미학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올해 7조6천억원의 사상 유례없는 전북도의 국가예산 풍년은 4+1협의체 가동 결과였다. 경남 진주로 빼앗긴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신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행도 그랬다.

 정치인들은 너나없이 자신들의 치적이라고 공치사한다. 그러나 여야 대선 후보자들이 대선 공약화하지 않았다면 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며칠 남지 않은 21대 전북 총선,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선 안 된다.

 각당 선거대책 수뇌부가 뻔질나게 전북을 찾게 해야 한다. 전북 현안 공약화에 힘을 실어주고 구애에 나서도록 하는 지혜와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제1야당까지 전북을 사실상 버리는 카드 취급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최고의 정책은 여 야 정당과 각 당 후보자들의 치열한 경쟁과 논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대선과 총선은 전북의 현안과 민심을 각당 수뇌부와 후보자들에게 어필하고 지원과 공약을 다짐받을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다. 20대 총선에선 그래도 전북 민심에 지각(知覺)과 변화가 감지됐다. 다당구조의 정치 지형이 실현된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미래가 아닌 과거로 회귀하는 듯하다. 전북 없는 선거전은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아직도 선택의 시간은 남아 있다. 여야 가릴 것 없다. 정치적 역량과 경륜을 갖추고 지역을 위해 분투할 큰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선거전을 끝장내고 희망과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 언제까지 차선책의 자충수만 되풀이 할 것인가.

 

  이보원

    논설위원 / 아카데미운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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