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 대출’ 절박한 소상공인...코로나 대출, 문턱 높아
‘저리 대출’ 절박한 소상공인...코로나 대출, 문턱 높아
  • 고영승 기자
  • 승인 2020.04.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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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출지원 속속 나오고 있지만, 승인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소상공인들 혼란 가중
연체 기록·세금체납 있으면 대출 거절…“신용등급 살피고 찾아가야”

 # 전주 서부신시가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이 5분의 1로 내려앉았다. 이에 김씨는 시중은행을 찾아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신청했지만, 신용도(7등급)가 낮아 결국 거부 당했다.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1000만원 한도 소진공 직접대출만 신청 가능한 상황이다. 김씨는 “지난 2월부터 매출이 전달 대비 80% 이상 줄어들면서 하루하루가 절박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을 늘린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출지원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지만, 대출창구 및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정작 급한 소상공인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지난달 시범운영 기간에 비해 온종일 줄서는 현상은 완화됐지만, 현장 곳곳에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소상공인 대출 창구를 기존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에서 시중은행으로 확대·시행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긴급경영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시중은행으로 대출 창구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신한·우리 등 14개 시중은행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1~3등급 소상공인을 위한 ‘이차보전 대출’ 상품을 내놨다. 연 매출 5억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3000만원을 연 1.5%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앞서 중기부는 IBK기업은행과 협약을 통해 1~6등급의 소상공인이 3000만원 이하(금리 1.5%)를 대출을 신청하면 지역 신보가 하는 보증 업무를 기업은행이 대신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소상공인을 위한 ‘1000만원 직접대출’에 홀짝제를 시행했다. 홀수날에는 출생연도가 홀수인 사람이 대출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 대책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대출 충족 요건을 명확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신용등급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우선 대출 창구가 분산화됐다. 신용등급 1~3등급은 시중은행을, 1~6등급은 기업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 4등급 이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대출창구를 찾아간 소상공인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출 취급 기관마다 평가기준이 다른 점이 문제시되고 있다. 시중은행에선 기존 대출 여부, 정책자금 신청 유무 등을 자체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어 높은 신용등급이라도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소진공에서는 기존 대출여부, 매출 하락 등에 관계 없이 1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세금 체납 및 기존 대출금에 대한 연체 사실이 있으면 신청할 수 없다.

 대출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공유되지 않고 대책이 나오다보니 소상공인들의 불편함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주에서 소매·유통업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67)씨는 “본인 신용등급이나 대출요건 등을 알아보기 위해 대출기관마다 찾아가 상담을 받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출지원책만 연이어 내놓을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진단 및 소상공인들이 대출상담할 수 있는 창구 개설 등을 선행했어야 했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대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 고사동의 신한은행 한 영업점에서 만난 서모(56)씨는 “저금리 대출을 받기 위해 시중은행을 찾았지만, 1년 만기 전액 상환 대출 상품”이라며 “영세소상공인들은 신용등급이 좋아 당장 자금을 빌린다 해도 어차피 갚을 돈만 더 늘게되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장사를 해야하는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고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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