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원로시인 소설가로 변신, ‘색 (色)’ 출간
조기호 원로시인 소설가로 변신, ‘색 (色)’ 출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4.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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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 같은 언어로 풀어낸 ‘색 (色)’

 조기호 원로시인이 소설가로 깜짝 변신했다.

 짧은 호흡이 아닌, 상당히 방대한 양의 스토리를 풀어낸 장편소설 ‘색(色·전 2권·3만원)’을 도서출판 바밀리온을 통해 펴낸 것이다.

 소설은 상훈과 하영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전개된다. 앵두나무가 연초록색 여름을 만지작거리던 일요일 아침, 상훈은 단발머리 소녀를 만나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풋풋한 시간을 즐기려던 짧기만한 인생의 찰나, 웃어른의 색으로 인해 몹쓸 운명에 놓이게 되는 남녀의 모습에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역사의 한복판, 그 소용돌이 속에 새겨진 주인공들의 삶의 발자취는 “인간사와 온 세상의 모든 색깔을 전부 받아들인 하양”과 같아 보인다. 소설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전주와 무주 등 익숙한 지명과 분위기, 역사적 사실과 교차되는 에피소드들 덕분에 흥미롭게 읽힌다.

조기호 작가는 후기를 통해 “일제강점기시절 왜놈들의 수탈과 조선말 말살정책, 전쟁으로 인한 배고픔, 갖은 수모와 공출 같은 잃어버린 것들을 끄집어내 일러주고, 이승만자유당정권의 사회부패상황을 되새김질해보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4.19와 5.16을 견디고 살아온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세대를 겪지 않은 이들에게 전하여주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생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말마따나 강대국의 세력 확장과 야욕으로 인해 우리의 삶의 터전에 선이 그어졌으며, 이데올로기란 색깔을 세뇌시켜 편을 갈라놓았지 않았던가? 거기에 부화뇌동한 동족끼리 그들의 대리 전쟁을 하고, 총성이 멎은 지금까지도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땅을 바라보자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것도 모자라 보수, 진보, 중도라 편을 가르며 같은 색깔로 편가르기 하고 있는 모양새라니….

그저 입 다물고 인자한 표정으로 앉아 있기엔 세상돌아가는 꼬락서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원로의 일침에 독자들은 다시금 색깔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평생 시를 썼으나, 소설가로는 새내기인 원로의 열정이 470여 페이지를 따라 춤춘다.

 그는 한 편의 서정시 같은 이 장편소설을 통해 나름의 ‘색 (色)’ 이론을 정립해 내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색 (色)은 인류역사의 발전과 훌륭한 예술을 창조하여 위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인간의 정조(情調)와 생운(生韻)과 이별과 만남에도 색깔이 있다. 때문에 색깔이 푸른 지구에서는 인간의 시(詩)가 소리(音)를 입을 때 음은 색을 쓴다”고 말이다.

조기호 시인
조기호 시인

 전주 출생으로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 등을 역임하며 전북 문단을 이끌어 온 원로다. 시집으로 ‘저 꽃잎에 부는 바람아’,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 ‘가을 중모리’, ‘새야 새야 개땅새야’, ‘노을꽃 보다 더 고운 당신’, ‘별 하나 떨어져 새가 되고’, ‘하현달 지듯이 살며시 간 사람’, ‘묵화 치는 새’, ‘겨울 수심가’, ‘백제의 미소’, ‘건지산네 유월’,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 ‘아리운 이야기’, ‘신화’, ‘헛소리’,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전주성’, ‘민들레 가시네야’, ‘하지 무렵’, ‘참 지랄 같은 날’ 등 21권을 출간했다. 목정문화상과 전북예술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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